건강한 공동체 조성을 위하여/건강한 지역사회

공공성(3)

강호철 2018. 11. 13. 09:01

 

 

 

 

세계적으로 '삶의 질'이 화두다.

행복하게 사는 것이 최고라는 이야기다.

 

이는 누구나 다 아는 바지만, 쉽지 않은 이야기다. 한 국가의 구성원으로 살아가는 한, 개개인의 힘이나 노력만으로는 행복해지기가 쉽지 않다. 종교에 몰입하거나 세상과 담 쌓을 특별한 재능이 있으면 모를까, 개인적 차원에서 행복해지기란 어쩌면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대다수 한국인들이 출생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 발 딛고 살아야 하는 한국 사회는 과연 사람이 사람답게 살 만한 사회일까. 개인의 속사정은 저마다 다를 것이다. 그러나 계량화된 통계를 통해 한국인이 처한 삶의 조건들을 어느 정도 객관화하는 것은 가능하다.

 

2014년 한국 사회의 외관은 화려하다. 1인당 국민소득은 3만달러에 육박하고 있고, 스마트폰 보급률은 세계 1위를 자랑한다. 하지만 그 내부를 들여다보면 불평등, 빈곤, 빈약한 사회안전망이 사람들의 삶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중략) 한국의 산업화 속도는 영국의 6, 일본의 3배에 이를 정도로 빨랐다.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룬 국가라는 수식어가 항상 붙어 다녔다. 1996년에는 선진국 클럽이라고 불리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하며 개발도상국의 옷을 벗었다. 지난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11975억달러로 경제규모로 보면 세계 15위다. 19906303달러였던 1인당 국민소득(GNI)24년 만에 3만달러를 바라보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올해 1인당 국민소득을 26244달러~3535달러로 전망했다. 스마트폰 보급률은 67.6%OECD 국가 가운데 1위다. 고등학교 이수율(98%)과 전문대학 이상 고등교육 이수율(64%) 또한 OECD 1위다. 우리나라가 OECD 1위를 차지하는 지표들은 더 있다. 우리나라는 OECD 회원국(평균 12.6) 가운데 자살률(10만명 당 33.3)1위다. 9년째다. 20111년 동안 15681, 하루에 43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특히 65살 이상 노인자살률이 심각하다. OECD 국가들의 평균을 보면, 노인자살률이 200022.5(인구 10만 명당)에서 201020.9명으로 줄어들고 있는데 반해 우리는 34.2명에서 80.3명으로 두 배 이상 뛰었다. 아이를 낳는 사람도 적다.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가임기간 동안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출생아수)2010년 기준 1.23명으로 OECD(평균 1.74) 가운데 아래에서부터 1위다. 박명림 연세대 교수(정치학)자살은 자기생명을 중단함으로써 공동체를 탈출하는 것이고, 저 출산은 생명을 더 이상 생산하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한국은 이대로 가면 인구가 줄어들어 인간 공동체로 존속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우리 사회는 이런 인간지표들이 얼마나 심각한 수준인지 느끼지 못한다. 우리 사회는 생명에, 죽음에 마비돼있다고 말했다.(한겨례, 2014-5-14, 세계 경제 15한국호’, 안전한 삶은 OECD 꼴찌)

 

20091023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OECD 국가 행복지수 산정 결과로 본 우리나라의 행복 수준'이라는 연구 성과를 발표하였다. 그 동안 행복 또는 삶의 질 수준은 국민소득(GDP)을 비롯한 경제적인 요인들로 측정하는 경향이 강하였으나, 당해 연구진들이 경제적 요인, 자립, 형평성, 건강, 사회적 연대, 환경, 주관적 생활만족도 등의 7개 부문을 종합하여 나름의 행복지수를 산출하였는데, OECD 30개 회원국 중에서 우리나라는 행복지수 25위를 차지하였다는 것이다. 우리의 짐작대로, 북유럽의 노르웨이와 스웨덴이 각각 3위와 4위를 기록하였고, 미국은 경제 분야의 순위가 2위였음에도 불구하고 20위에 그쳤다.

 

이처럼 나빠지는 우리나라 국민의 삶의 질을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누군가 길을 제시하고, 이를 공유해야 한다.

누가 이 일을 선도할 것인가?

 

(알렉산더 바르카위 스위스 경제정책위원회(CEP) 사무총장)

 “국민의 행복을 높이려면 사회적 가치 개념이 모든 정책에 통합돼야 한다. 특히 예산과 금융, 무역 등 경제 정책에 사회적 가치를 반영하는 게 중요하다. 통계청도 사회적 가치 지표를 측정해야 한다. (중략) 정부가 소득 위주의 국내총생산(GDP) 개념을 넘어 사회적 연결망, 개인의 안전, 환경의 질 등 사회적 가치나 지속 가능성 요소를 정책에 반영하는 것이 전 세계적인 추세이며 (중략)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더 나은 삶 지수, 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 지수, 사회발전지수 등 대안적 지표들에 대한 지지도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 그 증거이다. (dongA.com, 2017-12-26, “효율성보다 공공성사회적 가치가 경제 살린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국가 수준에서 '행복(well-being) GDP'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보건, 교육, 정치 환경, 사회적 관계, 환경, 사회경제적 안정 등을 모두 포괄하는 제대로 된 GDP를 강조한다

박명림 교수는 국가의 역할 회복을 통한 공공성 확보로 국가가 사회적 조정자의 역할을 수행해야 하고, “시장권력을 넘기 위한 정치영역의 대폭 확대를 통해 기업화에 제동을 걸어야 하며, “권력구조의 전면적인 재편을 통해 시민의 참여와 연대를 기반으로 시장과의 균형을 회복해야 한다고 말했다.(주간경향, 2011-1-4, [특집/한국인 삶의 질 지표] 사람이 사람답게 살기 힘든 사회)

 

국민의 안전에 대한 국가의 책무는 계속 확대되고 있다고 말한다.

 

예전에는 국민의 안전이라는 게 전쟁이나 자연재해로부터의 안전을 의미했어요. 하지만 이제는 사회 내부에서의 안전, 사회적 재난이나 위험, 더 나가서 먹을 것과 입을 것 등 기본생활과 관련된 안전도 중요해진 것 같습니다. 지금은 국민이 국가의 보호의무에 대해 법적인 책임을 지는 것까지 바라는 흐름이 있는 게 아닐까요.”(이용구 법무부 법무실장 / 헤럴드 경제, 2018-06-22, [피플 & 스토리]“법조인이 공익성 잃으면 지식은 사회독약이 되죠.”에서 부분 발췌)

 

그런데, 걸림돌이 있다. 정치가 문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은 정치가 답이다. 보편주의 복지국가를 주도해갈 정치세력, 지금 우리 국민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이 바로 이것이다. 정치가 '삶의 질'이 높은 세상, 행복한 세상을 가져다준다는 확고한 믿음을 보인다면, 우리 사회의 여론과 정치가 보편주의 복지국가를 향해 요동칠 것이다.

 

(이해찬 재단법인 광장 이사장)

우리 헌법 제10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갖는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인간의 존엄성을 헌법에서 강조하고 있는 겁니다. 저는 복지는 인간의 품위, 인격을 유지할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을 갖춰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중략) 복지를 생애주기로 보면 출산, 보육, 교육, 일자리, 주거, 건강, 연금, 사회안전망, 재취업 할 수 있는 평생교육 등으로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하나하나 소홀히 할 수 없지만 우리 국가의 현실에서 한정된 자원을 가지고 어디에 경중과 완급을 두고, 선후를 둘 것이냐가 중요한 문제입니다. (중략) 복지는 국민부담하고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복지의 수요와 당면 요구를 인정하면서도 거기에서 선호와 경중, 완급을 어떻게 가릴 것인가가 핵심입니다. 불가역적인 것부터 시작했다가 굉장히 어려워지는 상황이 올 수도 있습니다. 복지 수요에도 탄력성이 많은 것과 적은 것이 있는데 수요 탄력성 문제도 섬세하게 판단해야 할 것입니다. 지속가능해야 하고요. 지속가능하지 않으면, 말하자면 중간에 포기하면 굉장한 공격을 받게 됩니다. 현실성, 지속가능성을 종합적으로 고민해야 합니다. (프레시안, 2011-11-31, [<계간 광장>신년좌담] "증세논쟁 맞서야" vs "국민 공감대 우선" / 이해찬·유시민·이정희·정세균·조승수 "복지를 말한다")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

 전통적인 의미의 복지국가는 사회적 연대 기능을 국가가 독점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그리고 어떻게 하든 사회적 연대라는 차원에서 국가가 실시하는 복지정책의 카테고리는 크게 세 가지로 볼 수 있다. 첫 번째가 사회보험이고 두 번째는 보편적 사회서비스이고 세 번째는 공적 부조이다. 무상급식은 보편적 서비스에 해당된다. 우리의 경우에 국민 개개인이 살아가면서 느끼는 불안감, 두려움, 위험 이런 것들로부터 사람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사회보험의 개선과 보완이 필요하다. 보편적 사회서비스는 너무나 미약하기 때문에 이 분야는 대폭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공적부조는 김대중 대통령께서 만드신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참여정부에서 만든 기초노령연금 제도들이 있지만 아직 불충분하다. 지금은 이렇게 전체 틀을 놓고 어떤 정책들이 필요한지를 보면서 우선순위를 보아 가면서 하나하나 토론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인데 의외로 건강보험, 무상급식, 무상교육, 반값등록금 문제 등 개별정책 사안들이 두드러지면서 논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그런 와중에 증세문제까지 겹치면서 '상당히 혼돈스럽지 않느냐'라고 생각합니다. 진보개혁진영의 정당과 전문가, 시민사회가 머리를 맞대고 생각들은 조금씩 다르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 어떤 국가를 실현하려고 하는가에 대한 포괄적인 공감대를 이루는 것이 충분히 되어야 그 다음에 개별 현안에 대해 논의와 뜻을 쉽게 모을 수 있지 않느냐 하는 아쉬움이 좀 있습니다. (프레시안, 2011-11-31, [<계간 광장>신년좌담] "증세논쟁 맞서야" vs "국민 공감대 우선" / 이해찬·유시민·이정희·정세균·조승수 "복지를 말한다")

 

(조승수 진보신당 대표)

복지국가에 대한 진단이나 접근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습니다만 사실 재원이 핵심이기 때문에 증세를 이야기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부자증세'로부터 '보편증세'로 가야 한다든지 사회보험 확대로 가야 한다든지 식의 단계적인 논리구성을 잘 하고 설득력 있게 만드는 것은 필요하지만 증세논쟁을 피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한국사회에서는 한 번도 주요 정치세력들이 세금문제를 놓고 논쟁을 한 적이 없습니다. 종부세 등 보유자산에 대한 논쟁은 있었지만 주로 그것은 부자들이 반발해서 논쟁이 된 것이고 보편적 복지로 가기 위한 증세에 대한 논의는 제대로 된 것이 한 번도 없었기 때문에 지금이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프레시안, 2011-11-31, [<계간 광장>신년좌담] "증세논쟁 맞서야" vs "국민 공감대 우선" / 이해찬·유시민·이정희·정세균·조승수 "복지를 말한다")

 

(유시민 국민참여당 참여정책연구원장)

 복지를 강조하고 사회연대에 대한 국가의 개입, 국가의 책임을 키우자고 이야기하고 이것이 공동체 전체의 발전과 국민 개개인의 안전한 삶을 위해 훨씬 유익하고 합리적인 제도라고 계속 말해야 합니다. 그런데 정치적인 면에서 한 가지는 유념할 필요가 있습니다. 최근 복지를 강조하는 것이 자꾸 차이를 드러내는 방식으로 가고 있습니다. 우리가 복지라는 어젠다를 내세우는 건 국민 개개인에게 좋고 공동체에 좋기 때문에 하는 것입니다. 지금 정권을 잡고 있는 사람들과 다르기 때문이 아닙니다. 그런데 복지담론이 형성되는 전반적인 분위기를 보면 자꾸만 차이를 드러내는 방식으로, 경쟁적으로 펼쳐지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복지 문제에 대해 포괄적으로 같은 의견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각자가 잘 알고 있는 분야가 있고 관심분야가 다르기 때문에 조금씩 강조점이 다릅니다. 또한 공동의 목표를 추구한다고 할지라도 어떤 방법을 쓰는 것이 가장 목적에 맞고 합리적인가에 대한 생각도 사람마다 차이가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논의는 정책의 목표, 방법, 재원조달 방식, 이행하는 메커니즘에 대해서 공통점을 찾아가기보다는 차이점을 드러내는 것이 더 많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해서는 일이 제대로 되기 어렵습니다. 우리는 복지담론을 펼치는 과정 속에서 되도록 많은 사람들을 담론의 범위 안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해야 하고 보다 큰 틀 안에서 각자의 경험과 인식, 개별적 이해관계의 차이들을 보완해줄 필요가 있습니다. 복지담론을 가지고 정치를 해나가고 선거를 치루고 논쟁을 해나가는 과정 속에서 더 많은 국민들을 하나로 통합시켜나가는 모습으로 담론이 펼쳐져야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해찬 재단법인 광장 이사장) 복지수요의 선후, 완급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복지수요가 여러 가지 부문에서 다양하게 나오는데, 현재 시점에서 국민들이 요구하는 가장 긴급한 수요가 뭐냐, 그리고 그것을 어느 정도의 완급으로 다룰 것이냐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선후, 경중이 가려져야 그 다음부터 구체화되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러한 합의가 없이 나열식으로 나오니까 혼돈이 생기는 것입니다. (프레시안, 2011-11-31, [<계간 광장>신년좌담] "증세논쟁 맞서야" vs "국민 공감대 우선" / 이해찬·유시민·이정희·정세균·조승수 "복지를 말한다")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

복지문제를 지금 시계열로 잘라 놓고 a, b냐는 선택의 문제로 보면 합의점을 찾기 어려운데, 장기적으로 같이 간다고 생각하고 어떤 것을 앞, 뒤로 배치할 것이냐, 어떤 방법까지를 열어놓을 것이냐에 대해서 논의를 한다면 충분히 합의할 수 있고 국민들이 '그래도 작은 차이와 의견의 대립들을 극복하고 하나로 정리하는 능력이 있구나'하는 면을 보여드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프레시안, 2011-11-31, [<계간 광장>신년좌담] "증세논쟁 맞서야" vs "국민 공감대 우선" / 이해찬·유시민·이정희·정세균·조승수 "복지를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