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사인 나는/사회복지사의 사상

(사상) 115. 사회복지사의 전문직업적 가치를 정립하자.

강호철 2018. 3. 21. 16:15

(* 아래의 글은 고 신영복 선생님의 '담론'이라는 책의 내용을 바탕으로 부분 발췌 및 재정리한 것임을 알려드립니다.)

 

 

제나라 신하가 소를 끌고 가고 있을 때였다.

눈물을 흘리면서 끌려가지 않으려는 소의 모습을 본 선왕이 소를 끌고 지나가는 신하에게 물었다.

 

그 소를 어디로 끌고 가느냐?”

흔종(종을 새로 주조 시 소를 죽여 목에서 나오는 피를 종에 바르는 의식)하러 갑니다.”

 

이에 선왕이 그 소를 놓아주어라.”고 하였다.

그러자 신하가 그렇다면 흔종을 폐지할까요?”라고 여쭈었다.

 

이에 선왕이 흔종이야 어찌 폐지할 수 있겠느냐. 양으로 바꾸어서 제를 지내라.”라고 명을 내렸다.

 

왜 선왕은 소를 양으로 바꾸어 제를 지내라고 명을 내렸을까요.

소를 양으로 바꾼 그 이유를 '양은 보지 못했고 소는 보았기 때문'입니다.

 

그럼 본 것못 본 것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관계 유무'입니다. ‘본다는 것보고, 만나고, 서로 아는 것과 같은 만남을 뜻하거든요.

 

이와 같은 해석은 우리 인간 사회에도 적용 가능합니다.

우리 인간 사회의 본질은 관계이기 때문입니다. , ‘인간관계의 지속적 질서가 인간 사회의 본질인 것이죠.

 

그런데 현재 우리 인간은 인간관계의 지속적 질서라는 틀에서 보면, 서로 만나서 선()이 되어야 하는데, 그 선()이 모아져 장()이 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외딴 점()이 되어가고 있다고 합니다.

 

 

(복지뉴스 / 2017.05.19 / '고독사무연고 사망자 5년 새 2배로 '껑충' 기사 중 발췌)

 

왜 현 시대의 인간은 장()이 아니라, ()이 아니라 점()이 되고 있을까요.

 

우리 인간이 살고 있는 이 세상은 자본주의 세상입니다. 그리고 자본주의의 역사적 존재 형태는 도시인데, 도시라는 사회의 본질은 인간관계가 아니라 상품교환 관계랍니다. 얼굴 없는 생산과 얼굴 없는 소비가 상품교환이라는 형식으로 연결되어 있는 것이 자본주의 사회의 인간관계인 것이죠. 그럼 '얼굴 없는 인간관계'는 어떤 관계일까요. 그렇죠 '만남이 없는 인간관계'입니다. 이는 곧 '관계없는 것' 즉, ‘못 본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그래서 자본주의 시스템 하에서의 도시 생활은 인간관계보다는 상품 교환 관계라는 사회관계가 더 절박한 과제로 선호되고 있는 것이죠. 그 결과 우리 인간은 선()이 아니라. ()이 아니라 점()과 같은 존재로 전락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국제신문 / 2013. 12.10 / 고독사인연이 끊긴 사회 <4> 점점 젊어지는 무연세대(無緣世代) 에서 발췌)

 

그렇다면, 인간이 점()이 아니라 선() 혹은 장()과 같은 관계 속의 존재가, 주체가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될까요.

 

개인의 의지도 중요하지만 그 개인이 처한 사회적 조건도 대단히 중요하다.’라는 관점 하에서 자본주의 도시인으로서의 우리 인간은 진정한 즐거움이란 독락(獨樂)이 아니라 여러 사람과 함께하는 것 즉, 동락(同樂)이어야 한다.’는 것을 깨닫고 실천할 필요성이 있다고 봅니다. 달리 표현한다면, 세계와 인간에 대한 각성을 바탕으로 개인적 존재로부터 관계로 나아가는 여행을 우리 인간은 멈추지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럼 관계로 나아가는 여행속에서 우리 사회복지사의 전문 직업적 역할은 무엇일까요.

 

인간관계의 지속적 질서라는 사회의 본질을 기준 삼아 가정과 사회 차원에서 인간의 적극적인 실천을 바탕으로 인본(人本) 문화를 만들고, 경제를 발전시키며, 사회 진보를 도모하는 것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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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을 버리는 법 / 김혜수

 

버리자니 좀 그런 것들을

상자 속에 넣어 높은 곳에 올려놓는다.

 

가끔 시선이 상자에 닿는다.

쳐다보고만 있자니 좀 그런 것들을

더 큰 상자에 넣어 창고 속에 밀어버린다.

 

창고 속에서 먼지를 뒤집어쓰고

모서리가 삭아내리는 것들

 

자주 소멸을 꿈꾸며

닳아 내부조차 지워져버린 것들

 

가끔 생각이 창고에 닿는다.

고요한 어둠속에서 점차

생각조차 희박해지고

창고를 넣을 더 큰 상자가 없을 때

그때 상자 속의 것들은 버려진다.

 

나도, 자주, 그렇게 잊혀갔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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