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공동체 조성을 위하여/건강한 지역사회

사랑합니다, 선생님 2

강호철 2015. 9. 12. 15:08

 

오늘은 중학교 미술선생님을 떠올려봅니다.

 

저는 초등학교 5학년때부터 고등학생까지 학교에서 미술부 활동을 하였답니다. 지금은 그림을 그리고 있지는 않지만 그때는 가장 즐거웠던 것이 그림을 그리는 것이었답니다.

 

본격적으로 그림에 대해 배울수 있었던 때가 중학교 미술부 활동을 통해서였던것 같습니다. 그때 당시에는 학교 수업이 끝나면 곧장 미술부로 향했죠. 자율적이기도 했지만 맘 한구석에는 미술부 지도 선생님이 무섭기도 해서 ㅋㅋㅋ

 

중학교 미술부에는 정말 다양한 학생들이 속해 있었답니다. 예체능 성적을 쉽게 올리기 위해 - 미술부원은 미술 과목에 대해 기본 이상의 실기 점수를 받을 수 있었기에 - 활동하는 학생도 있었고, 집안이 가난해서 고등학교 진학때 미술특기생으로 장학금 등을 지원 받고자 하는 학생도 있었고, 대학교까지 진로 방향을 설정해서 활동하는 학생도 있었거든요. (저는 그저 그림 그리는 것이 좋아서 ㅎㅎㅎ)

 

그런데 앞서 잠깐 설명했지만 미술지도 선생님은 정말 무서운 분이셨어요. 목소리도 쩌렁 쩌렁하셨고, 화낼 때에는 뭐랄까 식은 땀이 주루륵 흘렀다고 할까요 ㅋㅋㅋ. 그렇지만 도내에서는 알아주는 실력을 갖춘 선생님이셨죠. 설렁 설렁 지도해주는 것이 아니라 정말 열정적으로 그림 그리는 것을 지도해주셨답니다. 그것도 일방향이 아닌 맞춤형으로 말입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미술부원들의 그림 그리는 성향에 맞춰 그림 그리는 방법을 지도해주셨던 것 같습니다. (왜 그때는 그런 마음을 몰랐었는지 ㅉㅉㅉ)

 

한 번은 그냥 미술부 활동을 빼먹고 친구들과 놀러가버렸답니다. 학생때에는 다 그런 적이 있잖아요. 그런데 그 다음이 문제였던 것이죠. 미술지도 선생님은 미술부 활동에 대해 결석이라는 것은 용납하지 않으셨거든요. 미술부 활동을 빼먹으면 그 다음날에는 호되게 꾸중을 들어야 했답니다. 어린 맘에 겁을 먹고 그 다음부터 한 한달간은 미술부 활동에 참가하지 않았던것 같습니다. 미술부원들이 많이 걱정했는데... 결국 꾸중을 먹을 각오하고 미술부로 갔는데 아니나 다를까 정말 눈물이 찔끔 날정도로 혼이 났답니다. "단순한 재미로 미술부 활동하고 있다면 관두라는 질책과 함께..." ㅋㅋㅋ 그때의 모습은 지금도 눈앞에 아른거린답니다.

 

여하튼 그 이후론 정말 열심히 미술부 활동을 했죠. 방학 때에도 1주일에 2-3회 정도 학교로 나가서 그림을 의무적으로 그렸는데 간혹 미술지도 선생님이 사다주시는 보리빵을 얼마나 맛있게 먹었는지 모른답니다 ㅎㅎㅎ.

 

이처럼 중학교때 미술부 활동을 통해서 지도 선생님으로부터 배운 것이 있다면 아래와 같은 4가지 유형의 삶의 철학이었던 것 같습니다.

 

첫째, 자신이 선택한 활동에 대해 책임감을 지는 자세를 배운 것 같습니다. 한 번 미술부면 졸업할때까지 미술부원으로 활동해야 함을 강조하셨고, 포기하고자 하는 학생들을 잡아주셨거든요.

 

둘째, 사람의 성격에 맞는 맞춤형 지도 방법이었던 것 같습니다. 미술부 활동 시간에 지도 선생님은 그림을 그리고 있는 많은 학생들의 그림을 살펴보면서 "왜, 이렇게 색칠을 하고 있는지... 스케채 할 당시의 햇빛 방향 등은 어떠했는지... 그 풍경을 바라보면서 어떤 느낌이 들었는지... 그림 속에서 무엇을 강조하고 싶어하는지 등"에 대해 질문을 하였고 학생들의 대답을 듣고서 그에 맞게 지도해주셨던 것 같거든요. 물론, 반드시 수정해야햐 오류도 놓치지 않고 지적해주셨고요.

 

셋째, '사랑'을 심어주셨던 것 같습니다. 미술부를 정말 아끼셨고, 미술부원 한 명, 한 명을 홀대하지 않고 차별없이 감싸안아주셨던 것 같습니다.

 

넷째, '열정'을 가르쳐주셨던 것 같습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왜 그렇게 중학생 입장에서는 받아들이기 힘들정도로 강도 높게 그림지도를 행했는지를 알 수 있거든요. 뭐랄까... 전수를 해준다는 느낌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단순히 그림 그리는 방법뿐만 아니라 화가로서 갖춰야 할 마인드와 자세까지도 말입니다^^.

 

지금까지도 미술지도 선생님의 해맑게 웃으시는 모습과 화내실때의 모습 그리고 수심이 가득했던 모습 등은 지워버릴수가 없는 소중한 추억중의 하나랍니다.

 

확실하지는 않지만 분명히 느끼는 것은 지금까지의 저의 생애중에서 중학교 때 미술부 활동과 그때 지도해주셨던 선생님이 보여주셨던 모습은 현재 저의 모습이 만들어지는 것에 아주 큰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된답니다.

 

지금까지도 그랬던 것 처럼 앞으로의 삶 속에서도 제가 직면하는 순간 순간 필요에 따라 저는 이런 추억을 꺼내어 어떤 길로 나아갈 것인지를 결정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이것이 미술지도 선생님에게서 받은 아주 아주 소중한 교육이고 선물이라고 생각한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