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적 삶 구현과/인간다운 나 (인권-권리)

인권친화적인 조직 운영 - 팬더(PANTHER) 원칙

강호철 2013. 9. 21. 16:26

사회복지사 현장에서 인권 교육은 의무 교육 중 하나이다. 이에 사회복지사 보수교육 과정을 통해서 그리고 사회복지시설별 의무교육과정 일환으로 해서 최소한 1년에 2번 이상은 인권 관련 교육을 받는다. 물론 사회복지현장에 인권을 주제로 하여 강의도 나가곤 한다.

 

이렇게 인권에 대한 교육을 청강하거나 강의를 하다보면, 왜 우리 사회복지사는 이렇게 인권에 대해 안간힘을 쓰며 교육을 받고자 하는가에 대한 의문 앞에 잠시 멈춰 서곤 한다.

 

, 제도적, 법적으로 규정되어져 있기 때문에 형식적으로, 의무적으로 교육을 받고자 하는 것은 아닐까, 목적 없이 말이다.

 

언어를 습득 및 사용함에 있어 수용언어 영역만 잘 이뤄진다고 해서 언어사용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할 수 없다. 표현언어 영역에서도 문제가 없어야 하며, 더 바람직한 것은 매 순간 수용과 표현 언어가 적절히 조화를 형성하고 있어야 한다.

 

사회복지현장에서의 인권교육이 성과적 꽃을 제대로 피우지 못하는 것은 어쩌면 이와 같은 양면의 조화가 제대로 구현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 아닐까.

 

인권은 주어지는 것이 아닌데, 교육을 받으면 인권이 주어지고, 보장되고, 구현된다고 안도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복지업무에 종사하는 사람은 그 업무를 수행할 때에 사회복지를 필요로 하는 사람을 위하여 인권을 존중하고 차별 없이 최대로 봉사하여야 한다.’고 사회복지사업법(5: 인권존중 및 최대 봉사의 원칙)은 규정이 있다.

 

그렇다면 사회복지영역에서 인권은 사회복지사와 고객 사이에서 서비스 제공시점에서만 존재할까. 인권은 이렇게 협소한 개념이 아니다. 인권은 인간 그 자체이며, 인간과 인간 사이에, 인간과 사회 사이에, 인간과 국가 사이에 살아 숨 쉬는 개념이다.

 

그렇기에 사회복지사업법 제5인권존중 및 최대 봉사 원칙은 표면적으로는 고객에 대한 인권존중을 강조하고 있지만, 내면적으로는 인권존중 구현을 위한 조직운영 또한 규정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왜냐하면, 사회복지사업법 제40(시설의 개선, 사업의 정지, 시설의 폐쇄 등) 9에서 시설에서 다음 각 목의 성폭력 범죄 또는 학대관련범죄가 발생한 때에는 시설의 폐쇄를 명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사회복지사가 인권 교육을 받는 목적을 단순히 인권 침해 예방을 위한 수동적 차원이 아니라 인간인 사회복지사로서의 인권 보장, 사회복지사의 전문성 실천 차원에서의 인권 구현, 사회복지시설의 인권적 운영, 인권 보장을 통한 사회복지증진 등으로 설정해야 한다. 다시 말하면, 사회복지사업의 목적과 목표가 이와 같다는 것이다.

 

 

그럼 사회복지시설을 인권친화적인 조직 형태로 운영하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2013.09.17.일자 한겨레 신문에 실린 인권의 팬더 원칙을 아십니까(조효제 교수)’라는 기사에서 발견한 인권에 기반을 둔 접근 방식인 팬더(PANTHER) 원칙에 대해 알아보자.

 

PANTHER(팬더)Participation(참여), Accountability(책무성), Nondiscrimination(차별 없음), Transparency(투명성), Human dignity(인간 존엄), Empowerment(자력화), Rule of law(법의 지배)라는 7단어의 첫 글자를 따서 만든 용어이다.

 

첫째, ‘참여’(Participation)가 보장되어야 한다.

 

모든 사람은 자기존재를 증명하고 싶어한다. 자기 뜻이 관철되느냐 여부와 상관없이 의사표현의 자유를 누릴 수 있으면 심리적 충족감이 배가된다. 그걸 존중해 주는 것이 인권이다. 타인과 사회로부터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를 조직운영에 반영하는 것이 참여의 원칙이다. 여기서 맥락이 중요하다. 참여 문화, 대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 권위적이거나 불통인 리더의 그림자가 짙게 깔린 조직에서 아무리 참여를 외쳐봐야 공염불이다. 우선 리더부터 적극적 경청을 실천하고 소통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조직 내 여러 집단의 의견이 서로 경청되고 서로 섞일 필요가 있다. 그러나 조심해야 할 점이 있다. 비민주적 운영을 숨기기 위한 알리바이로 참여를 내세워선 안 된다. 그리고 조직 내 자원분배에 대한 발언권을 인정하느냐가 참여의 관건이 된다.(조효제 교수)

 

필자는 '참여'를 읽으면서 생각한 것이 매 순간 '나의 존재 가치'이다. 나의 삶에서, 나의 직장 생활에서, 나의 서비스 이용과 관련해서 나는 얼마나 주체성을 존중받으면서 나와 또는 저 사람 등과 이에 대해 논하고 결정하고 있는가에 대한 그 느낌 말이다. 어쩌면 이 느낌은 소외, 배제 또는 차별 등의 느낌과 유사할 것이라고 사료된다.

 

둘째, 조직의 책무성’(Accountability)을 지키는지를 따질 수 있다.

 

책무성 원칙은 원래 국가가 시민들에게 정치적 책임을 지는 것에서 비롯되었다.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도 그렇게 해야 한다. 정확한 정보에 의거해 결정을 내리고, 약자와 소수자의 욕구를 우선적으로 고려하며, 이해관계가 충돌할 때엔 솔직히 양해를 구해야 한다. 아무리 의도가 좋더라도 무능하고 책임회피적인 조직은 책무성에서 낙제점을 받는다. 전문적인 자세로 고객의 요구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최소한의 윤리원칙을 견지해야 한다. 서비스 사용자에게도 책무성이 요구된다. 서비스를 막무가내로 오용하지 말고, 자기 쪽에서도 지켜야 할 것은 지켜야 한다.(조효제 교수)

 

필자가 생각하기론 사회복지사가 사회복지사업을 전개함에 있어 인권을 지속적으로 공부하고 교육 등을 받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본다. '책무성'은 내가 담당하고 있는 직무와 관련된 서비스를 이용하고자 하는 고객에 대한 최대한의 존중적 자세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조직운영 차원에서의 책무성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그것은 바로 사회복지사가 '인권'을 바탕으로 사회복지사업이 구현되도록 그 전문성을 최대한 도모하는 것, 이를 위해 필요한 지원 환경을 구축해주고, 장애 환경 등을 제거해주는 것 아닐까.

 

셋째, ‘차별 없음’(Nondiscrimination) 구현 노력이다.

 

모든 제도는 명백히 그렇지 않다고 입증되지 않은 한 당연히 차별적일 거라고 간주해야 한다.(조너선 만)” 차별을 당하지 않는 사람의 눈에는 차별의 현실이 쉽게 보이지 않는다. 차별당하는 사람일수록 그것을 적극적으로 드러낼 방법을 모르거나 그렇게 할 용기가 없는 경우가 많다. 불이익을 당하는 사람과 집단을 적극적으로 찾고 그들의 눈높이에서 문제를 보려는 노력을 의식적으로 기울여야 한다. 여성·장애인·외국인 등 널리 알려진 차별 대상 외에도 드러나지 않은 차별들이 도처에 널려 있다. 한 집단의 차별을 해결하면 모든 사람이 이득을 본다. 장애인을 위해 전철역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면 노약자와 유모차 부모들이 함께 혜택을 누릴 수 있지 않은가.(조효제 교수)

 

사회복지시설은 '차별 없는 조직운영'을 어떻게 증명해야 할까. 조직원에 대한 인사관리 차원에서, 직무배치 차원에서 차별 없음을 강조해야 하는 것일까. 필자는 '근로기준법'에 충실한 시설운영을 지향하는 것이 '차별 없는 조직 운영 구현'이라고 생각한다. 즉, 특정 조직 내 구성원 상호간 차별 없음도 중요하지만 이것은 매우 미시적 관점이고, 정작 중요한 것은 거시적 관점에서 타 시민과 또는 근로자 등과 대비하여 차별 없음이 필요한 것이다.   

 

넷째, ‘투명성’(Transparency) 원칙을 기억해야 한다.

 

투명성이 인권과 무슨 관련이 있는가. 정보의 공개와 공유 때문이다. 비대칭적 정보, 불투명한 정보는 부패의 온상이 되기 십상이다. 언론자유가 소중한 인권인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정보가 공개되어 있어도 적극적으로 서비스 사용자들에게 전달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또한 어려운 행정용어는 그 자체가 불투명한 정보다. 모든 공적 정보는 그 사회의 의무교육 이수자 정도라면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수준으로 표현되어야 한다. 이것은 단순히 언어순화의 차원이 아니다. 인권존중이냐 인권유린이냐를 가르는 문제다.(조효제 교수)

 

사회복지시설에서는 투명성 확보 차원에서 주요 정보를 홈페이지에 일정 기간 게재하고, 운영위원회 및 인사위원회 그리고 노사협의체 등을 조직,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필자는 이와 같은 정보의 공개를 도모하는 방법의 정형화, 제도화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정보의 자연스러운 공유가 중요하다고 본다. 달리 말하면, 정보가 상하 좌우 관점에서 자유롭게 공유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비유적으로 표현하자면, 잘 가꿔놓은 공원보다는 자연스러운 숲이 더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다섯째, 모든 조직은 인간 존엄’(Human dignity)의 원칙을 늘 염두에 두어야 한다.

 

그리 거창한 게 아니다.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체면과 위엄을 지켜 주자는 뜻이다. 학생이 치욕적인 언사나 체벌이나 왕따로 몸과 마음이 멍들 때, 성적으로 줄을 세워 멀쩡한 아이의 자존감을 그 싹부터 잘라 버릴 때, 청소 아주머니가 창고 한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식사를 해야 할 때, 공중파에서 조선족의 말투를 우스개로 만들어 조롱할 때, 치매 노인이 기저귀 한 장으로 하루 종일 버텨야 할 때, 인간 존엄은 사전 속에나 존재하는 말로 추락한다. 조직의 수장은 자기 조직 내에서 인간 존엄을 해칠 수 있는 리스크 요인을 주의 깊게 관리할 줄 알아야 한다.(조효제 교수)

 

본 영역은 사회복지사의 소명심과 직결된다고 생각한다. 직업을 협의적으로만 이해하면 '경제적 삶을 위한 노동'이지만 광의적으로 추구하면 '사회적 지향점과 나의 신념을 일치시켜 이를 구현하고자 하는 노동'이라고 그 의미를 확장할 수 있다. 협의적으로만 접근하면 계속해서 그 노동과 관련해서 해야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 등과 같은 한계를 설정하게 된다. 즉, 매뉴얼에 얽매이게 되는 것이다. 그결과 창의적 노동 활동을 달리 표현하면 인간 존엄 구현을 위한 노동 활동을 '경제적 노동'활동을 벗어나는 영역이라고 판단해버리게 된다. 이와 같은 사고와 행동은 사회복지사가 정말 주의하고 피해야 할 행태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여섯째, ‘자력화’(Empowerment) 원칙도 인권에 기반을 둔 조직운영에 필수적이다.

 

인권의 목표는 인간의 핵심 이익을 보호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인간을 활짝 핀 존재로 키우는 데 있다. “나도 같은 인간이다라고 당당히 주장할 줄 아는 사람을 만들자는 게 인권의 궁극적 목표다. 조직 입장에선 구성원들에게 어떤 종류의 권한을 우선적으로 부여해야 할지를 잘 골라야 한다. 또한 자기주장을 하지 않는 구성원 혹은 고객이 있다면 왜 그러는지 원인을 찾아봐야 한다. 서비스 제공자 입장에선 자력화된 고객이 목청을 높이는 상황이 피곤하고 귀찮을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서비스 제공기관의 존립 목적임을 잊어선 안 된다. 물론 사용자가 자기 권리를 책임 있게 행사할 수 있도록 계몽하는 것도 서비스 제공자의 몫이다.(조효제 교수)

 

'나도 같은 인간이다.'라는 표현은 '나도 너와 같은 사회복지사라는 전문가이다, 나도 너만큼 노력하고 있는 이 직장 구성원이다, 나도 너만큼 이 직장을 사랑하는 사람이다, 나도 너만큼 사회복지증진을 꿈꾸는 사회복지사이다.'라는 표현과 일맥 상통하지 않을까. 그렇지만 이 확신에 앞서 한 번 점검해봐야 할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언행 일치'이다. 조직을 사랑하는 모습은 '꼼짝하지 않는 모습, 천천히 걸어가는 모습, 뛰어가는 자세 등' 천차만별이다. 중요한 것은 내가 몸 담고 있는 조직이, 그 조직을 구성하고 있는 조직원이 그리고 우리 조직을 바라보는 고객 및 지역사회가 나에게, 우리에게, 우리 조직에게 어떤 모습을 바라고 있는가이다. 이 점을 통찰하고 이를 바탕으로 자력화를 추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지 않을까.

 

일곱째, ‘법의 지배’(Rule of law) 원칙이 있다.

 

마셜의 시민권 이론 중 제일 먼저 나오는 공민적 권리의 핵심 내용이다. 조직 내에서 법의 지배 원칙은 규정과 절차를 뜻한다. 모든 사람을 규정대로 평등하게 대우하는 것, 업무상 잘못이 발생했을 때 적절히 배·보상해 주는 것, 민원과 진정을 접수하고 공정하게 다룰 수 있는 부서나 절차를 완비하는 것 등이 법의 지배다. 만일 조직 내에서 법의 지배가 지켜지지 않는다면 왜 그런지 따져보는 게 중요하다. 지연과 학연이 은연중에, 혹은 노골적으로 작동하는 조직은 그 자체로 인권침해 조직이다.(조효제 교수)

 

법이 존재한다고 해서 인권이 보장이 충족되는 것은 아니다. 단지, 인권보장이 담보되는 것에 불과하다. 필자가 이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인권은 자연권적 개념이기에 진리에 따라 행하면 되는 것인데, 그 진리를 판별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즉, 진리는 변하지 않지만, 이를 받아들이는 인간의 능력은 개개인별로 차이가 있고, 세대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결국 '법의 지배'라는 원칙이 필요한 것은 '판단의 명료성'의 확보를 바탕으로 한 다툼의 차단, 오해의 차단, 소외와 불평등의 차단 등 때문이라고 여겨진다.

 

여러분 모두가 잘 알겠지만, 상기 7가지 원칙을 준수한다고 해서 인권을 제대로 구현하는 사회복지사라고, 인권을 바람직하게 보장하는 조직이라는 소리를 들을 수 없다. 상기 7가지 원칙은 퍼즐 조각과 같다. 그리고 그 퍼즐은 환경에 따라 그 모습이 다양하게 변한다. 단지, 그 속성만 변하지 않을 뿐이다. 이에 사회복지사인 나 자신의 사상과 그 사상을 구현하고자 하는 체계 및 단계 그리고 이와 결부되어져 있는 조직의 현 상태 등을 고려하여 '팬더'라는 맞춤형 레고작품을 창조해나가야만이 인권과 동행하는 사회복지사이자, 사회복지시설이 될 것이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