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photo diary

보리밭

강호철 2020. 4. 5. 23:43

제주에서 

올레길을 걷다보면

종종 마주치는 밭이

바로 보리밭입니다.

 

저 또한

어릴 때에는

엄마 손잡고 

외할머니 보리밭에 가서

뛰어놀기도 하고

일손돕기도 했었는데요

 

이제는

맘속에 가끔씩 꺼내보는

아련한 추억이기만 합니다.

 

 

찾아보니

보리밭을 주제로 한 시들이 다수 있더군요

그 중에서 몇 가지를 

여기에 옮겨봅니다.

 

 

답청 - 정희성 시인

 

풀을 밟아라.

들녘에 매 맞은 풀

맞을수록 시퍼런

봄이 온다.

 

봄이 와도 우리가 이룰 수 없어

봄은 스스로 풀밭을 이루었다.

 

이 나라의 어두운 아희들아

풀을 밟아라.

 

밟으면 밟을수록 푸른

풀을 밟아라.

 

(출처: 한겨레(2014-02-23), [안도현 발견] 보리밟기)

 

 

보리밭 밟으러 갔네 - 천세진 시인

 

보리밭 밟으러 갔네

들뜬 흙들을 밟을 때 나는 소리는

세계와 세계가 만날때의 소리 같았네

 

보리싹은

제 몸의 어느세계를

한껏 밀어 올려놓았던 것인데

 

보리 싹을 밟자

주저 앉은 세계사이로

바람 한자락 새어 나와

겨울 들판을 가로질렀네

 

얼음으로 부풀었던

세계사이에서

새어 나온 바람은

참으로 따스했네

 

아지랑이 아득한 이랑의 세계

 

말리지 않았다면

세계를 주저앉히느라

날 저무는 줄 몰랐겠네

 

(출처: 보리밭 밟으러갔네/천세진 | 별빛마을이야기(네이버블로그)

 

 

보리밭 - 안도현 시인

 

이 땅에 아직 보리밭이 있다는 것은

우리에게 내릴 수 없는 깃발이 있다는 뜻이다.

 

이 땅에 아직 보리밭이 있다는 것은

땅투기꾼 독점 재벌에게는 도저히

빼앗길 수 없는 한 뼘의 분노가 있다는 뜻이다.

 

이 땅에 아직 보리밭이 있다는 것은

밟아도, 밟아도 되살아나는 희망

우리가 청춘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이 땅에 아직 보리밭이 있다는 것은

적에 대한 증오가 이렇듯 푸르고

동지에 대한 사랑이 이만큼 싱싱하다는 뜻이다.

 

이 땅에 아직 보리밭이 있다는 것은

이 땅에 아직 보리피리를 찬란하게 불 사람이 있다는 뜻이다.

 

(출처: 오마이뉴스(2004.05.10.) / 추억의 보리밭을 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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