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photo diary

제주 올레 5코스 - 남원 큰엉산책로를 걷다.

강호철 2020. 4. 19. 12:49

오늘(2020.4.18(토))은 아침 일찍 길을 나섰다.

 

오전에 서귀포에서 볼일도 있고 해서 4시간 내외에서 트레킹이 가능한 남원포구에서 쇠소깍 입구(약 14km)까지의 제주올레 5코스를 택했다

 

본 트레킹 코스는 행정구역상으로 서귀포시 남원읍 남원리에서 시작하여 위미리, 신례리, 하례리까기 4개의 마을(())를 경유하는 올레길인데, 남해안을 따라 형성된 숲길을 걷는 낭만은 제주 올레길 중에서 단연 최고라고 알고 있기에 그 기대감은 매우 높았다

 

서귀포시로 가면서 트레킹 출발점을 어디로 할 것인지에 대해 잠시 고민했다. 선택 ()에서 서(西)로 트레킹하는 정코스. 아침 햇살의 아름다움을 마음껏 즐기려면, 햇살을 정면으로 받기보다는 등지는 것이 좋을 것 같았기에...

 

(주)제주올레 https://www.jejuolle.org/ 에서 캡쳐

 

남원읍은 서귀포시 17개 읍면동중 동쪽에 소재한 읍으로서, 9개 법정리(17개 행정리)8,438세대, 19,038(2018.12.31.기준)이 거주한다.

 

동쪽으로는 송천(松川)을 사이에 두고 표선면과 접하고 있고, 서쪽으로는 효돈천을 경계로 효돈동, 영천동과 접한다. 그리고 북쪽(한라산 방면)으로는 한라산의 연봉인 사라오름(1,300m), 성널오름(1,215m), 물오름(860m), 괴평이오름(784m), 거문오름(718m)을 경계로 제주시 조천읍(朝天邑)과 접하며, 남쪽은 바다(태평양)에 면한다.

 

문화재로는 신예리(新禮里) 왕벚나무자생지(천연기념물 156), 동백나무 군락(제주기념물 27), 위미(爲美) 동백나무 군락(제주기념물 39), 양금석가옥(제주민속자료 3-45), 태흥리 고분(泰興里古墳) 등이 있다. 이 중에서 제주올레 5코스는 위미 동백나무 군락지를 경유한다.

 

제주도 43개 읍면동 - 제주경제신문(2018.12.19)에서 인용

 

제주올레 5코스 출발점인 남원포구에서 증명 샷 찰칵.

 

남원포구 모습

제주올레5코스의 아름다움은 바로 트레킹 시작 후 약 1.2km 지점에서 만나는 남원큰엉해변을 따라 형성된 큰엉산책로(3km 내외)’이다. 큰엉산책로는 서귀포시 외돌개 근처 돔베낭길과 더불어 대한민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안 산책로로 꼽힌다. 은 바닷가나 절벽 등에 뚫린 바위그늘(언덕)을 뜻하는 제주 방언이다. 

 

높이가 15~20m에 이르는 기암절벽이 성곽처럼 둘러 서 있는 남원큰엉산책로의 첫번째 아름다움은 바로 지중해나 에게해보다 더 푸르고 속이 훤히 보일 정도로 맑은 바다를 끼고 형성되어져 있다는 것이다.

 

남원 해안 파도치는 모습

 

남원큰엉산책로의 두번째 아름다움은 바로 트레킹 중간 중간 마다 만나게 되는 아기자기한 형태의 다양한 숲 터널이다.

 

남원 큰엉산책로의 숲터널 모습
남원 큰엉산책로의 숲터널 모습 (*저기 끝에 한반도 모습이 어슴프레 보인다.)

남원 큰엉산책로의 세번째 아름다움은 해안을 따라 형성된 절벽 사이에서 인디언추장얼굴, 호랑이 얼굴(오두암)’과 같은 은 기암절벽 등과의 만남이다.

 

절벽의 인디언 추장 얼굴 형상
남원 큰엉산책로의 호두암 전경

 

남원큰엉산책로 탐방을 마치면, 용천수가 샘솟는 신그물 테우개 종정포구(제주올레 5코스 3km 지점)를 경유하면서 남원리를 벗어나 위미리에 들어서게 된다.

 

종정포구는 '테우를 매던 포구'이기에 '태우게'라고 불리며, 여기에는 바다와 포구를 중심으로 위(웃고망)와 아래(알 고망)에서 용출하는 용천수가 있는데 약간 염분기가 있어서 ‘물이 싱겁다’는 의미로 '신그물'이라 한다. 

 

여기서 잠시 제주의 용천수에 대해 알고 지나가자.

 

제주의 ‘물’은 다른 지역 그것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섬이라는 한정된 공간으로 인해 제주도내 모든 생명이 한라산과 곶자왈을 거쳐 흘러나오는 물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제주 바닷가에는 다양한 산물(용천수)이 존재하는데, (1) 바위틈 고망(구멍의 제주어)에서 물이 솟는다는 데서 연유한 '고망물'과 (2) 넙빌레(평평하게 넓게 깔린 바위란 뜻을 지닌 현무암지대)에서 물이 난다고 하여 붙여진 '넙빌레물'이 있다. (출처 : 제주의소리 / 맑고 차가운 새벽을 여는 여인들의 산물 / 2018.08.10)

 

'넙빌레물'이라는 제주 방언에 대해 좀더 알아보면, '넙'은 '넓다'라는 의미를 지니며, '빌레'는 용암[류]이 흐르면서 비교적 평평하게 쌓인 지형을 이르는 가르킨다. 그래서 넙빌레물은 '넓은 빌레에서 흘러나오는 물 즉, 넓고 평평하게 쌓인 용암 암반 사이에서 흘러나오는 물'이라는 의미를 지닌다.([네이버 지식백과] 넙빌레물(한국향토문화전자대전))

 

신그물 테우개, 종정포구 모습

 

종정포구를 지나 서쪽으로 약 2km 더 걸어가면(제주올레 5코스 4.9km 지점), 제주기념물 39호인 위미(爲美)리 소재 동백나무 군락지 만나게 된다.

 

'위미(爲美)'는 논어에 나온 ‘인후(仁厚)한 마을에서 사는 것은 아름다운 일이다. 스스로 인후한 곳을 가려서 살지 않는다면 어찌 지혜롭다 하겠는가’라는 의미의 ‘이인위미(里仁爲美) 택불처인(擇不處仁) 언득지(焉得知)’에서 따온 지명이다.(출처 : 제주의소리 / 맑고 차가운 새벽을 여는 여인들의 산물 / 2018.08.10)

 

남원읍 위미리 동백나무 군락지 (동백꽃이 다 진 상태라 아쉬움을 머금고...)

 

위미리 동백나무 군락지를 지나면, 제주올레 5코스는 위미항을 지나 위미리 시내를 돌아들어가서 공천포구의 넙빌레까지 약 4km 남짓 더 걷게 된다.

 

위미항 모습
위미1리 고망물 전경 (산물 입구에 ‘부지런한 여인들로부터 아름다운 위미의 새벽이 열다’는 의미의 물허벅 여인상이 세워져 있음) 

 

제주올레 5코스의 약 9.8km에 다다르면, 아래 사진과 같이 공천 포구 근처에 소재하고 있는 '넙빌레'라는 지역과 만나게 된다.  '넙빌레'는 남원읍 위미리에 있는 산물, 즉 용천수가 샘솟는 곳을 지칭한다. 

 

이 산물은 남탕과 여탕으로 나누어 사용되는데, 여탕에 있는 식수통은 암반을 이용하여 자연스럽게 만들어져 있다. 남탕은 크고 작은 3개의 욕탕 같은 물통을 만들고 목욕을 할 수 있게 하였다. 넙빌레물 남녀탕은 인조석 돌담으로 보호되고 있는데, 바다 쪽은 열린 공간구조로 담수욕을 하면서 서귀포 앞바다의 정취도 만끽할 수 있다.(출처 : 제주의소리 / 맑고 차가운 새벽을 여는 여인들의 산물 / 2018.08.10)

 

넙빌레 전경

 

넙빌레를 지나면 신례리에 위치하고 있는 공천포(* 물회로 유명한 곳임)에 다다르게 된다. 이 포구 서쪽으로는 신례천이 흐르는데, 이 신례천은 한라산 진달래밭 일대에서 발원하여 공천포 해안으로 유입되는 하천으로서, 남원읍 신례리와 하례리의 경계를 이룬다.(* 제주의 읍면동은 이처럼 하천에 의해 구분되어지는 경우가 많다.)

 

공천포 전경

공천포를 지나 신례천을 가로질러 건너면 남원읍 하례리로 들어서게 되는데, 여기서 만나게 되는 곳이 망장포이다.(제주올레 5코스 11.5km 지점).

 

망장포는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남원읍 하례 1리에 있는 자연포구로서, '세기천''밥주리빌레'사이에 자리 잡고 있는데, 고려 때 하례2리 중산간 지역 목마장에서 키운 말이나 세금으로 거둬들인 물자를 이 포구를 통해 실어 나르는 '조공포'였다고 한다. ([네이버 지식백과] 제주 하례1리 망장포 포구 (문화콘텐츠닷컴 (문화원형백과 한반도 해양문화), 2009., 한국콘텐츠진흥원)) 

 

여기서 잠시 제주 해녀와 관련된 특이한 민간신앙을 살펴보고 가자.

 

망장포구의 한쪽에는 개당(바닷가에 있는 당집)인 돈지(할망)당이 있다제주 방언으로 돈지는 물가의 언덕, 곧 둔치를, ‘할망은 할머니를 뜻한다. 그래서 돈지할망해변에 좌정한 여신을 가리키는 방언이다. 즉, 제주에는 '어부'를 관장하는 남신인 돈지하르방이 있는 반면에 잠녀(潛女: 해녀)와 해녀들의 일터인  바당밭[海田]’은 물론 그 속에서 나는 어류 등을 관장하는 여신인 '돈지할망'이 따로 존재하는 것이다이에 제주 해안에 위치한 마을에서는 돈짓당이라 불리는 당을 지어 돈지할망’을 모셨다고 한다. 이와 같은 흔적은 제주도 서귀포시 보목동, 신하효동, 서귀동, 성산읍 신산리, 대정읍 가파리 상동과 하동, 남원읍 위미1리와 2·하례리 등지에서 찾을 수 있다.

 

한국향토문화전자대전에 의하면, 하례리의 민간신앙은 여성 중심의 당제(堂祭)와 남성 중심의 유교식 마을제로 나뉘는데, 당제가 이루어지는 신당(神堂)으로는 < 하례1리 예촌본향 걸시오름 매역밧 큰당, 하례1리 망장포 한개 명신당, 하례1리 망장포 돈지할망당, 하례1리 쇠귀네 서당루당, 하례2리 본향 어캐 할망당 > 이 있고, 유교식 마을제로는 포제단(酺祭壇)이 있다고 한다. 지금도 이와 같은 신당과 포제단에서는 당굿과 마을제가 이루어지고 있다.

 

망장포 등대 모습

 

이제 제주올레 5코스가 얼마 남지 않았다.

 

망장포를 지나면 '예촌망'이라는 마을을 경유(제주올레 5코스 13km 지점)하게 된다. 예촌망(禮村望)’은 마을 지명이면서,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남원읍 하례1리 해안가에 위치한 고도 66m의 망오름(측화산)을 지칭하는 용어이기도 하다.(*낮은 오름이고 오름 대부분이 감귤밭 등으로 조성되어져 있어서 그 흔적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망오름이 위치한 마을은 예전에는 '호촌(狐村)'이라고 불렸는데, 조선 시대에 이 지역에 봉수를 설치하여 해안방어에 이용하면서 지명에 '()' 또는 '()'을 붙여 '호촌망 또는 호촌봉'이라고 하였다.(*17세기 말의 탐라도'호촌망(狐村望)', 탐라지도병서(1709)제주삼읍도총지도, 제주삼읍전도에는 '호촌봉(狐村烽)'으로 그리고 제주군읍지(1899)제주지도'예촌봉(禮村峰)', 조선지형도에는 '호촌봉(狐村峰)'으로 표기되어 있음)

 

그러나 18세기 이후 봉수가 없어짐에 따라 '호촌'이라는 마을 지명이 오름 명칭으로 즉, '예촌'으로 변경사용하게 되면서 지금은 '예촌망'으로 불리고 있다.([네이버 지식백과](한국지명유래집 전라 · 제주편 지명, 2010. 12., 김기혁, 손희하, 김경수, 권선정, 김순배, 오정준, 이경한, 최원석, 최진성, 강지영, 박철웅, 안영진, 정암, 조정규, 오상학))

 

예촌망 올레길 전경

 

예촌망을 빠져 나오면 제주올레 5코스 종착점인 쇠소깍다리까지는 대략 1km 남짓 남게 된다. 빠른 걸음걸이로 약 20-30여분 정도 소용된다.

 

쇠소깍은 제주 방언으로서, ‘는 효돈 마을을, ‘는 연못을 그리고 은 접미사로서 을 의미한다. , 쇠소깍은 서귀포시 하효동과 남원읍 하례리 사이를 흐르는 효돈천(孝敦川) 하구의 하천과 바다가 만나는 지점의 연못(제주 현무암 지하를 흐르는 물이 분출하여 바닷물과 만나 깊은 웅덩이를 형성한 곳)’이라는 의미를 지닌다.

 

쇠소깍 계곡은 뛰어난 비경을 자랑하는데, 2011630일 문화재청이 외돌개, 산방산과 함께 국가지정문화재 명승으로 지정되었다. (쇠소깍에 대해서는 제주올레 6코스를 통해 좀 더 자세히 알아보는 것으로 하자.)

 

쇠소깍에 이르는 효돈천 모습
쇠소깍 다리 옆 제주올레 5코스 종점(6코스 출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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