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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사회복지 기획 강좌(4) - 기획적 사고

강호철 2017. 10. 27. 14:36

1. 들어가며

 

 

‘기획’이란 어떤 문제에 대해 자신이 생각하는 바를 구체적으로 그려내는 일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즉 개발, 발전, 개선 아이디어 등 업무와 관련된 자기 생각을 구체화하여 실현 가능한 제안으로 전개시키는 작업인 것입니다. 이런 차원에서 기획의 의미 속에는 ‘창조성’, ‘논리성+현실성’이라는 요소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어떠한 기획이라도 논리적이며, 문제를 개선하고 타개하기 위한 새로운 해결안과 실행력을 창출해야 의미가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기획은 실행을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에, 단순히 기획자의 머릿속 생각을 기획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한 마디로 기획은 방향성을 가지고 실행하는 창조활동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훌륭한 기획을 하려면 여러분은 기획적 사고를 키워야 합니다. 사회복지분야 많은 사람들이 기획을 행하지만 가장 중요한 기획의 근본요건인 기획적 사고 없이 기획을 하다 보니 기획다운 기획이 되어 버리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기획적 사고’라는 것은 도대체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요. 필자는 ‘어떤 미래변화를, 어떤 방법으로, 누구와 함께, 어느 정도의 기간과 노력 등을 기울여 이끌어낼 것인가에 대한 창의적 지적활동’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이렇게 조작적 정의를 내리고 있는 이유는 첫째, ‘사고(思考)’라는 단어가 ‘생각 사(思)’와 ‘살필 고(考)’가 합쳐진 단어로서 ‘생각하고 궁리함’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는 좀 더 관념적으로 설명하면, ‘어떠한 문제나 과제에 대해 개념이나 말 등에 의한 문제 해결의 과정’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는 단어이며, 둘째, 기획은 ‘(1) 지적활동으로서 (2) 막연한(추상적인) 목표를 근거로 하여 명확한(구체적인) 목표로 다시 설정하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가장 효율적이고 적용 가능한 방법을 의도적으로 개발·선택하는 지적 활동’이기 때문입니다.

 

자, 그럼 지금부터 기획적 사고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아보도록 합시다. 기획적 사고의 유형으로는 ‘가설지향 사고, 사실지향 사고, 제로베이스 사고’ 유형 등이 있습니다.

 

 

2. 기획적 사고의 유형

 

 

2-1. 가설지향 사고 (연역적 사고)

 

 

가설(假說)이란 ‘어떤 사실의 원인을 설명하거나 어떤 이론체계를 연역하기 위하여 설정한 가정’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는 단어이며, 가설지향 사고라 함은 ‘기획을 행하기 전에 현재의 문제를 파악하거나 그 문제의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서 분석이나 조사하기 위한 정보를 모을 때(예: 실태 및 욕구조사) 모든 부문을 분석하거나 조사하지 않고 “아마 이것이 문제일 것이다, 아마 이것이 이 문제의 원인일 것이다”라고 잠정적으로 설정한 가정적 사고’를 뜻합니다.

 

이와 같은 가설지향 사고는 과제 해결의 시작 단계에서부터 잠정 결론을 먼서 세우고 이를 검증하는 순서를 밟아 나가는 즉, 사회문제나 이슈에 대하여 우선 현재까지의 사실에 근거하여 수용 가능성이 높은 결론을 잠정적으로 설정한 후 정보 수집이나 분석을 통해 이를 검증하거나 수정함으로써 최종 결론에 도달하는 사고의 방법입니다. 따라서 가설을 도출하고 그 가설을 검증하여 가설이 맞는 경우에는 곧바로 과제를 해결하게 되는 것이고 만약 가설이 맞지 않으면 가설을 수정하여 또 검증하는 과정을 수차례 반복함으로써 결론에 빠르게 도달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가설 지향 사고는 시급한 문제를 신속하게 해결하고자 하는 시도로 문제해결을 위한 일종의 선택과 집중전략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가설지향 사고는 연역적 사고를 바탕으로 한다.

연역적 사고란, 을 말합니다.

 

대전제: 널리 참된 것으로, 사실로 인정받는 일반 명제

소전제: 대전제로부터 결론을 이끌어내는 중간 징검다리 역할을 수행하는 매개 명제

결 론: 개별적으로 적용되는 특수 명제 ()

 

여러분이 잘 알고 있듯이 연역적 사고는 다음과 같이 '널리 일반화된 명제(대전제)로부터 개별적으로 적용되는 보편적 특수한 명제를 이끌어 내는 단계별 사고 추론 방식입니다.

 

(1) 사람은 죽는다 (대전제: 사실 또는 진리로 인정받는 일반 명제)

(2) 소크라테스는 사람이다 (소전제: 대전제와 결론을 연결하는 매개 명제)

(3) 그럼으로 소크라테스는 죽는다 (결론: 특수 명제 -> 대전제를 바탕으로 참된 것으로, 사실로 인정받음)

 

그럼 이와 같은 연역적 사고 추론 방식이 정형화되어 적용되어지는 영역은 무엇일까요. 바로 '논문'입니다. 그래서 가설지향 사고의 대표적인 것이 바로 ‘논문’이 됩니다. 

 

필자가 석사논문을 준비할 때 가정을 한 것이 바로 (1) ‘사회복지사의 전문직업적 정체성이 높을수록 사회행동 성향이 높을 것이다.’, (2) ‘도내 사회복지사와 도외 사회복지사의 전문직업적 정체성에 차이가 있을 것이다.’였습니다. 이 두 가지 가정에 맞추어 설문지를 (1) 전문직업적 정체성 정도 파악 (2) 전문직업적 정체성이 사회행동 성향에 미치는 영향 등에 맞추어 조사항목을 설계하였거든요. 사회복지분야에서 주로 사용되는 욕구조사도 이런 가설지향 사고를 바탕으로 욕구조사 항목과 질문 유형이 배치됩니다.

 

가설지향 사고와 관련해서 여러분이 주의해야 할 4가지 사항이 있습니다.

 

(1) 첫째, 자신의 지식이나 경험을 최대한 동원해야 합니다. 지식과 경험에 의한 정보가 적을수록 불필요한 가설을 양산하게 됩니다. 가설의 적중률은 정보의 양에 달린 것이 아니라 정보의 질, 즉 정확성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2) 둘째, 주저하지 말고 가설을 설정하는 자세입니다. 가설은 언제나 수정할 수 있습니다. 가설을 세우지 않으면 불필요한 정보를 수집하는 데 시간을 낭비하게 됩니다. 만약 자신의 지식과 경험이 부족하면 전문가의 조언을 구하는 것이 좋습니다.

(3) 셋째, 가설은 논리성과 치밀성에 기인한 과학적 성격을 갖고 있습니다. 단순히 “아마 - 일 것이다‘라는 식의 추측은 위험합니다. 즉, 인과관계를 입중 할 수 있는 논리가 요구됩니다.

(4) 넷째, 가설은 지식이 아닙니다. 가설은 반복하여 훈련되는 스킬입니다. 단 한 번의 가설로도 사실을 입증할 수 있으나, 시행착오 등의 과정을 통해 가설설정을 위한 스킬 수준은 향상됩니다.

 

 

 

2-2. 사실지향 사고 (귀납적 사고)

 

메이즈 랜드 - 튜울립

 

사실지향 사고란 모든 현상을 평소에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경험이나 과거의 논리, 즉 선입견 또는 타인(상사 등)의 의견에 근거하여 판단하지 않고 사실(fact), 즉 개별 사례를 근거로 문제를 바라보는 것을 말합니다.

 

사실지향 사고는 경험이나 과거의 논리보다 사실(사례)에 근거한 사고, 분석, 판단을 하는 것으로 문제의 실체를 밝히기 위해서 ① 사실, 예를 들어 사회문제 등과 같은 개별 사례를 조사 등(예: 인터뷰, 기록물, 관찰 등)을 통해서 확인하고 ② 이렇게 수집된 사실들을 유형별로 분류하며 ③ 그 사례 상호간 인과관계를 정리하여 ④ 수집한 사실의 의미를 도출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와 같은 사실지향 사고는 귀납적 사고를 바탕으로 합니다. '내가 본 비둘기는 희다. 내가 어제 본 비둘기도 하얗다. 내가 이 지역에서 1년 동안 보아 왔던 비둘기도 전부 희다. 그럼으로 세상의 모든 비둘기는 희다.'라고 추정하거나, '연개소문 장군도 죽었고, 이순신 장군도 죽었고, 나의 조상도 죽었기에 나를 포함한 모든 사람 또한 죽는다.'라는 명제를 이끌어 내는 것이 귀납적 사고이며, 사실지향 사고 입니다. 

 

사실지향 사고와 관련해서 사회복지 현장 사례를 들어 보겠습니다. 필자가 사회복지현장 초년 때에 자원봉사업무를 담당하던 시기가 있었는데요, 그때 자원봉사자 활성화를 위해 특정 기간 동안의 자원봉사 운영 형태와 문제점과 타 복지시설 자원봉사자 관리 형태 등에 대한 조사 및 학술자료 등을 바탕으로 향후 자원봉사사업 운영 형태를 전면 개편 계획(안)을 수립, 보고한 적이 있습니다. 이때, 나의 욕구(혹은 욕심) 등을 버리고 복지기관이 바라는 점, 자원봉사자가 바라는 점 그리고 양자 입장에서의 장애요인 등을 바탕으로 자원봉사 운영 계획을 새롭게 그려본 것이죠. 그 결과 복지관 자원봉사단, 대학교 봉사동아리, 지역사회 성인 봉사동우회 등과의 연계 시스템을 그려낼 수가 있었습니다.

 

CSI(Crime Scene Investigation) 과학 수사대라는 드라마 또한 사실지향 사고를 강조하고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본 드라마에서 과학수사대 요원은 사건 현장의 흔적들을 발견하고 이를 토대로 사건을 역 유추해나가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살인 사건이다, 자살이다 등’을 먼저 가정하여 사건현장을 살피려 하지 않고 오로지 사건 현장에서 발견하는 다양한 흔적(사실(fact))들을 바탕으로 그 사실(fact) 상호간의 연결을 통해 사건 전모를 그려내려고 노력합니다.

 

이처럼 사실지향 사고와 귀납적 사고는 '개별 사례들을 수집하여 보편화된 결론을 도출하는 사고, 즉 개별적 사례로부터 일반적 명제를 이끌어 내는 사고'입니다. 그래서 신뢰도를 일정 수준 이상 유지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그 이유는 사실지향적, 귀납적 사고 방식은 '여러 가지 사건(사례, 사실)의 개연적 추론이 가능할 뿐 완전한 결론에는 이르지 못하는 사고 방식'이라는 태생적 한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달리 표현하면 사실지향적, 귀납적 사고를 통해 도출된 결론은 '확률상 일어날 확률이 높다고 말할 뿐 사실이라고 단언하기는 어렵다.'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사실지향적 사고인 귀납적 사고는 '개연성을 설명해 주는 연구방법이기는 하지만 완전하지는 못하다.'고 정의할 수 있습니다.

 

앞서 예를 들었던 사례 대비 살펴보면, <비둘기는 희다> 는 명제를 제주도의 모든 비둘기를 대상으로 조사하여 일반화(사실지향 사고를 바탕으로 한 명제 도출)하였는데, 이후에 검은 색이거나 회색의 비둘기가 한 마리라도 발견되면 그 추정 결론, 즉 명제 자체는 폐기될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이에 사실지향적, 귀납적 사고 방식을 바탕으로 확률상 안정적 결론을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1) 개별적 사실, 즉 사례가 많아야 하고, (2) 모집되어지는 사례가 특수 사례보다는 보편적 사례이어야 하며, (3) 명제는 단정적 결론 형태 보다는 추정적 결론 형태를 제시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2-3. 제로베이스 사고

 

제주올레 14-1코스에서

 

제로베이스 사고란 ‘자신의 경험이나 습관을 바탕으로 사물을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 백지 상태에서 생각하는 사고법’으로 ‘기존의 경험, 방식, 관념, 성공 요인 등에서 벗어나 고객 관점(나가 아닌 타인 관점), 시대적 관점(과거가 아니라 미래 관점), 사실적 관점(능동적 변화 관점) 등에서 사고하는 도전적이고 적극적인 방식’이라고 하겠습니다.

 

예를 들면, 서귀포시장애인종합복지관의 경우 2009년도에 2018년도까지의 10년 중장기 계획을 수립한바 있습니다. 단지, 사업에 대한 내용만 담고 있는 것이 아니라 복지관의 운영 미션과 비전 그리고 전략 및 전술까지 담아낸 중장기 복지관 운영 계획서였습니다. 본 계획을 수립하면서 직원들에게 강조되었던 것이 2008년도까지의 서귀포시장애인종합복지관의 모습과 타 장애인복지관에서 전개하고 있는 사업 유형들에게 대한 고정 관념을 버리고 2009년도부터 운영되는 신생 복지관으로서 지역주민의 삶의 질 향상을 도모하기 위해 어떤 기능과 역할을 필요한가에 대한 고민에서부터 출발하자라는 내용이었습니다. 백지 상태에서 정보와 분석을 바탕으로 모방이 아닌 새로운 그림을 그리기 위해 노력했던 것이죠. 백지 상태에서 정보와 분석을 바탕으로 모방이 아닌 새로운 그림을 그리기 위해 노력했던 것이죠. 디지털 카메라, 개인 소장 컴퓨터 및 노트북, 외장형 하드, 스마트폰 등의 탄생 역시 이와 같은 제로베이스 사고의 결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럼 이와 같은 제로베이스 사고를 방해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바로 ‘기존 관념’입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방해가 되는 것이 바로 ‘자기 자신’이고요.

 

우리 인간은 어떠한 문제를 해결하거나 가능성을 추구(예: 발달장애인의 이동권 보장)함에 있어 자기가 가진 기존 관념(예: 버스 등 대중교통을 활용한 이동권 보장) 내에서 사고를 하게 되고 ... 그 결과 ... 좁은 틀(예: 대중교통시스템) 안에 갇혀서 기존 관념상의 부정적인 요소(예: 발달장애인의 버스 이용의 어려움)가 크게 보이기 때문에 결국 전체도 부정적으로 보게 되는 현상(예: 발달장애인 버스 이용 지도의 한계 등)에 빠지곤 합니다.

 

그러나 제로베이스 사고를 시도하게 되면, 기존 관념 상의 부정적인 요소들을 보지 않게 되고(예: 발달장애인의 자전거 활용 이동수단화도 하나의 방법이야.), 그 결과 사고의 폭이 넓어져 그밖에 있던 새로운 문제해결 요소와 방법들(예: 자전거 활용 발달장애인 이동 수단화를 위해 필요한 것은 어떤 것이 있을까?!)이 보이게 됩니다.

 

 

3. 마치며

 

기획적 사고와 관련하여 우리 사회복지사가 알아야 할 점은

 

사실지향적 사고(귀납적 사고)를 하든, 가설지향적 사고(연역적 사고)를 하든 중요한 것은 기존의 명제, 즉 나와 타인 등에 의해 명제화된 과거의 명제에 얽매이지 않는 제로베이스 사고 체계를 바탕으로 사실지향적 관점 또는 가설지향적 관점에서 끊임없이 기획적 사고를 다하려고 노력하는 것

 

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