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photo diary

어벤져스2(에이지 어브 울트론) 관람 소감(카오스, 노모스, 아나키 관점)

강호철 2015. 5. 4. 18:38

 

 

어벤저스2를 관람한 후 제가 느낀 점은 어벤저스2가 코스모스와 카오스라는 개념을 바탕으로 한 영화인 듯싶다.”는 것입니다. 영화 대사 중에 울트론이 사람들은 질서와 혼란을 구별하지 못하는 것 같다.”라는 말을 했거든요.

 

우리는 일반적으로 코스모스(comos)질서, 조화, 카오스(chaos)혼돈, 무질서를 뜻한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 두 가지 단어 모두 현대 사회에서는 질서를 의미하고 있다는 것을 제대로 알고 있지는 못하는 것 같습니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카오스의 상태에서 코스모스가 되었다고 보았습니다. , 카오스에서 코스모스로 넘어오면서 어둠으로부터 빛으로, 비합리적 세계로부터 합리적 이해가 가능한 세계로 넘어왔다고 인식한 것이죠(문학비평용어사전, 2006.1.30, 국학자료원). 그 결과 고대 그리스인들은 측량될 수 있고 규칙적이며 명료하고, 질서와 규칙성을 구현하는 사물들만이 이해 가능하다고 여겼습니다. , 이해 가능한 것만이 이치에 맞는 것으로 간주하였으며, 이치에 맞는 것만이 선하고 아름다운 것으로 여겼다는 것이죠. 이와 같은 그리스인들의 견해 관점에서 보면, 이치에 맞는 것, 선한 것, 그리고 아름다운 것은 질서 잡히고 규칙적이며 유한한 것이었으며, 불규칙하고 무한한 사물들은 혼돈, 불가해한 것, 이치에 합당하지 않은 것으로 간주되어 선할 수도 아름다울 수도 없는 것으로 인식했답니다.(타타르키비츠 미학사 : 고대미학, 2005.4.20., 미술문화)

 

어벤저스2에서 울트론은 카오스적 존재, 자비스는 코스모스적 존재를 의미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 고대 그리스인들의 관점과 동일하게 카오스의 상태에서 코스모스가 탄생한 것이죠(완벽한 울트론의 재탄생을 막기 위한 어벤저스 멤버들의 고군분투 속에정말 우연찮게).

 

 

그러나 현대에 이르러서 카오스(chaos) , 혼돈 상태라는 의미는 서로 깨어지고 부서지는 상태가 아니라, 마치 교향악을 연주하듯 조화를 이룬 가운데 혼동하는 복잡함 속의 일정한 규칙(복잡한 본질을 이루고 있는 요소또는 불규칙한 이동 현상)이 존재하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컴퓨터인터넷IT용어대사전, 2011.1.20, 일진사)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뉴턴의 운동 법칙으로 예측하기 어려운 혼동 현상을 바로 카오스라고 본다는 것이죠.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물체의 자유 낙하나 당구공의 충돌, 자동차의 속도 등은 초기 상황과 작용하는 힘만 주어지면 다음 행동을 예측할 수 있는 전형적인 뉴턴 역학의 현상들입니다. 그러나 며칠 후의 날씨와 바람의 방향을 정확히 알아낸다든지, 사람의 심장 박동을 예측한다든지, 수도꼭지를 틀어 나오는 물줄기가 트는 정도에 따라 어떻게 흘러나오는지 등에 대한 문제는 뉴턴의 방식으로 해결할 수 없는 새로운 복잡한 현상입니다. 이와 같은 혼돈의 특성을 가장 잘 나타내는 말로 나비 효과라는 것이 있는데, 스리랑카에서 나비 한 마리가 날개를 퍼덕이는 작은 원인이 얼마 후 플로리다에 허리케인을 몰고 올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Basic 중학생이 알아야 할 사회· 과학상식, 2007.2.20, 신원문화사).

 

어벤저스2에서 울트론의 탄생에 대해 등장인물 그 누구도 그 이유를 설명하지 못합니다(분명히, 실험적으로는 실패했으니까요). 단지, 우연히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 외에는그리고 자비스의 탄생 과정 또한 매우 우연적입니다. , 두 가지 존재 모두 결정론적이고 단기적(통상은 비교적 단순한) 인과율(因果律)이 낳은 비()주기적이고 장기적으로 예측 불가능한 현상(카오스)에 의해 탄생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죠. 영화속 자비스가 탄생하는 시점으로 돌아가보세요, 아마 모든 영화관람객이 자비스가 그렇게 순수한 마음을 지닌 존재라고 전혀 생각하지 못했을 것입니다(모두들 악당이 한 명 더 탄생했다라는 두려움에 휩싸였을 것입니다). 그래서 토르의 망치를 자비스가 들었을 때 깜짝 놀람과 동시에 웃음이 나왔던 것이죠.

 

과거에 우리 인간은 이와 같은 문제를 국한된 예외적인 경우로 보고 애써 외면했지만 실제 주변에 일어나고 있는 대부분의 현상들은 이러한 혼돈 현상에 가깝다고 합니다(Basic 중학생이 알아야 할 사회· 과학상식, 2007.2.20, 신원문화사). 그 결과 우리 인간은 코스모스적 관점에서 탈피한 즉, 극미한 초기 조건의 차이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전혀 판이한 결과를 초래하는 불규칙한 운동을 지배하는 새로운 이론 체계를 필요(컴퓨터인터넷IT용어대사전, 2011.1.20, 일진사)하게 되었는데, 그것이 바로 카오스 이론인 것이죠.

 

 

카오스 이론을 처음으로 제안한 사람은 미국의 기상학자인 에드워드 로렌츠라고 합니다. 로렌츠는 1963년에 기상 현상의 대류 현상을 컴퓨터로 시뮬레이션(simulation) 하던 중 처음의 조건이 아주 조금만 다를지라도 그 결과가 크게 달라지는 불안정한 현상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는데, 이 때문에 천기의 예측이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로렌츠의 이러한 연구 발표로 카오스의 연구가 여러 분야로 확산되었으며, 오늘날 카오스 공학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고 하네요.(컴퓨터인터넷IT용어대사전, 2011.1.20, 일진사)

 

어벤저스2에서 또 하나 생각을 해봐야 할 개념이 있습니다. 바로 아나키(anarchy)입니다.

 

아나키(anarchy)는 흔히 무정부 상태라고 우리는 알고 있지만, 국제정치학 차원에서는 2가지의 상반된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첫째는 정부가 없는 국제체계에는 통치피통치의 관계가 성립하지 않기 때문에 정통성을 갖는 권력이나 법원(法源)이 없어 어떠한 국가도 명령하는 입장이 되기도 하고 반대의 입장이 되기도 한다’(왈츠 ; KennethNealWaltz)라는 개념입니다. 이 개념은 단지 힘의 관계만이 결과를 낳는다는 견해를 뜻합니다. 둘째는 정부가 없는 체계일지라도 공통의 이해, 관습, 규범, , 제도를 가질 수 있으며 질서를 유지할 수 있다는 개념입니다.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은 상기 두 가지 개념을 갖고 있는 아나키(anarchy)통치자의 부재를 의미하지만 질서의 붕괴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역으로 지배자가 자연의 질서를 붕괴하고 있다는 의미 또한,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21세기 정치학대사전, 한국사전연구사)

 

여러분은 아나키(anarchy)에 대한 상기 두 가지 개념 중 어떤 의미를 택하시겠습니까? 그리고 어벤저스2에서는 이와 관련해서 어떤 개념을 반영하고 있는 것일까요?

 

영화 속 장면에서 어벤저스 멤버들이 전투 중에 민간인이 다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많은 수의 아이언 맨이 시민들에게 위험을 경고하면서 피할 것을 요청합니다. 그때 시민들은 어떤 행태를 보였을까요? 그렇죠, 반전행태를 보였습니다, 아이언맨에 대해 부정적 반응을 보였던 것이죠. 이 모습은 아나키의 첫째 개념에서의 에 대한 부정적 저항의 모습의 투영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와는 반대로 토니가 울트론 창조에 올인 했던 이유 또한 아나키의 에 대한 긍정적 의미부여가 있었기에 가능했으리라 생각됩니다. 또한 울트론이 세계 멸망을 바탕으로 새로운 질서를 창조하고자 했던 것 또한 이와 동일한 아나키 개념으로부터 출발되고 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요. 그렇다면 어벤저스 멤버들이 세계 평화를 지키기 위해, 세계 멸망을 막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 그리고 자비스가 울트론에 대항하는 모습 등은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일까요? 바로 아나키의 둘째 개념에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 ‘평화, 영웅, 협업, 희생 등과 같은 공통의 이해를 바탕으로 질서를 유지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어벤저스를 이끄는 대장 캡틴 아메리카와 아이언 맨 토니와의 울트론 창조에 대한 다툼은 어떤 사고의 개념을 엿볼 수 있게 해줄까요. 저는 여기에 다음과 같이 부조리란 개념을 연결시키고 싶습니다.

 

카뮈는 인간이나 세계가 그 자체로서 부조리한 것은 아니다라고 합니다. , 카뮈가 말하는 '부조리 인간(l'hommeabsurde)''부조리를 의식하며 살아가는 인간', 즉 깨어 있는 의식을 가진 인간이란 뜻이지 결코 '부조리한 인간'이란 뜻이 아닌 것입니다. 부조리는 인간'', 세계''도 없는 것이며, 그것은 합리성을 열망하는 인간과 비합리성으로 가득 찬 세계 '사이에' 존재 하는 것입니다. 말하자면 부조리는 합리도 아니요, 비합리도 아닌 상태를 의미하는 것입니다. 달리 말하면, 합리와 비합리의 뒤섞임, 즉 코스모스(Cosmos) 이전의 카오스(Chaos)와 같은 것입니다.(알베르 카뮈, 2004.1.15, 살림출판사)

 

분명히, 아이언 맨인 토니 입장에서 울트론 창조는 그가 바라는 질서 구현차원에서 합리적 선택이었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그 창조의 과정 또는 결과에 대해 온전히 확신 못하는 불안 또한 인지하고 있는 상태였을 것입니다(환상을 보았으니까요). 그렇지만 과학자의 입장에서, 세계 평화를 위한 어벤저스 멤버라는 입장에서 토니는 울트론의 창조가 합리적인 선택으로 인식하고자 했겠죠. , 부조리를 의식하며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을 단편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어벤저스2에서 전반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은 바로 이라고 생각됩니다. 물론 그 을 발휘해야 하는 목적으로 평화 유지, 질서 확립 또는 인류 구원 등이 있겠지만 그것은 그 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그 목적은 서로 다른 모습으로 달성가능하지 않겠습니까. 그렇다면, 이런 관점에서 다시금 생각을 해봐야할 개념이 있다면, 바로 노모스(nomos)피시스(physis)입니다.

 

 

기원전 5~4세기경 그리스에서 최초의 철학자‘(신이나 인간의 관습에 대해서가 아니라)자연에 대해서 말하는 사람들로서 등장하였을 때 피시스(자연)만물의 생성소멸의 근원으로서의 우선 존재또는 사물의 본질적, 성격을 뜻하였다고 합니다. 반면에 노모스(인위적 약속사())명문화된 법또는 불문의 습관을 가리키는 말이었고요. 이 양자가 대립개념으로서 의식되기 시작한 것은 정의나 공동체는 피시스와 노모스의 어느 쪽에 근거 하는가 하는 고전적 논쟁을 통해서라고 하는군요. 이러한 논쟁은 카오스적 관점과 코스모스적 관점으로 나뉘는데, 내면적 자연의 욕구(강자의 지배)와 인위적 정의의 요구(평등)를 대립시킨 칼리클레스(Kallikles)와 역으로 정의란 강자의 자연적 지배의 별칭에 불과하다는 트라시마코스(Thrasymachos)는 모두 카오스적 피시스관에 입각하여 피시스/노모스 관계를 규정한 반면,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은 본질을 전체 질서의 명확한 분절화 속에 제시된 통일성이라고 받아들이는 코스모스적 피시스관에 입각하여 인간의 자연적인 공동성을 전제로 함으로써 피시스와 노모스의 대립을 존재론적으로 통합하고자 하는 자연적 정의론을 주장하였다고 합니다.(21세기 정치학대사전, 한국사전연구사)

 

억지스러울 수 있겠지만, ‘저는 아이언맨인 토니가 울트론 창조를 고집했던 모습, 울트론이 인류 멸망을 통해 새로운 질서를 구현하고자 했던 모습 그리고 <악 대 정의>의 구도인 어벤저스2의 전반 구도 등이 윗 글 중에서 내면적 자연의 욕구(강자의 지배)와 인위적 정의의 요구(평등)를 대립시킨 칼리클레스(Kallikles)의 카오스적 피시스관에 입각한 피시스와 노모스 관계라는 문장이 크게 와 닿는답니다.

 

끝으로 천공의 성 라퓨타, 원령공주, 이웃의 토토로 등과 같은 만화영화 속에 코스모스, 카오스, 노모스피시스 등의 개념을 반영한 미야자키 감독의 말(애니메이션으로 보는 일본-소녀와 마녀 사이, 2005.7.15, 살림출판사)을 읽으면서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 나는 자연과 인간의 관계에 대한 영화를 만들어 왔습니다. 그런데 나의 영화에 대해 사람들이 '자연 친화적'이라고 말하는 것은 핀트에 어긋납니다." 실로 자연과 인간의 관계는 우리의 상상을 훨씬 뛰어넘을 만큼 복합적입니다. 그것은 인간과 문명과 세계의 본질에 맞닿아 있습니다. 한 마디로 그것은 선악의 피안에 존재하는 관계성입니다. 그것은 아마도 피지스의 자연에 가까운 것일지도 모릅니다. 선악의 범주에 잡히지 않는 피지스의 자연은 생명력의 근원지에 다름 아닙니다.

 

문제는 인간 행위의 선악 너머에 있습니다. 말하자면 생명이 있는 존재의 차원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과연 살아갈 만한 힘이 있느냐 없느냐 입니다. 문제는 생명력에 있다는 말이지요. 오늘날의 일본 아이들에게는 이런 생명력이 약합니다. 이것이 정말 걱정됩니다. >

 

 

선이냐 악이냐, 옳은가 그른가를 말하는 것만으로는 아무 것도 해결되지 않는다. 그런 시시비비에 대한 관심보다는 생명력에 대한 시선이야말로 미야자키 애니의 핵심과 도처에 숨어 있는 견자(見者)의 눈입니다. 미야자키 감독이 카오스의 자연을 지키려는 산이나 노모스의 자연을 창조하려는 에보시 어느 편에도 서지 않는 까닭이 여기에 있습니다. 그의 궁극적인 시선은 항상 보다 큰 자연인 피지스를 향해 있고, 그 큰 자연은 인간과 문화 모두를 포괄합니다. 피지스의 자연에서 생명의 반대는 죽음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거기서는 '생명==사랑', '죽음==증오'라는 도식이 무의미하기 때문입니다. 미야자키 애니는 이런 모순을 가지고 살 수밖에 없는 인간들이 자기 자신을 넘어서는 하나의 방식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미야자키 애니에는 '사물에는 선과 악의 양면성이 있다'는 세계관이 깔려 있습니다. 에도시대의 안도 쇼에키[安藤昌益]라는 사상가는 선 안에도 악이 있고 악 안에도 선이 있다고 했습니다. 이는 음 안에 양이 있고 양 안에 음이 있어 음이 꽉 차면 양이 되고 양이 꽉 차면 음이 된다고 하는 동양의 오랜 주역사상과도 통하는 발상입니다(애니메이션으로 보는 일본-소녀와 마녀 사이, 2005.7.15, 살림출판사). []

' > photo diary'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돌담 (제주의)  (0) 2015.06.01
올레길 10코스(화순모슬포올레)  (0) 2015.05.08
올레길21코스 (하도 종달 올레)  (0) 2015.04.18
무릉용수 올래 (올래길 12코스)  (0) 2015.04.12
눈과 어우러진 생명체  (0) 2014.1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