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공동체 조성을 위하여/건강한 지역사회

경고 - 도덕적 허용에 빠지지 말자!

강호철 2013. 7. 14. 16:56

우리는 착한 일을 하면 스스로 만족한다. 그러면 자신의 충동을 신뢰할 가능성이 더 커지고, 나쁜 일을 할 자격이 생겼다는 의미로 받아들인다. 이를 ‘도덕적 허용’이라고 심리학에선 부른다.

 

예를 들면 이렇다. 너그럽게 살아온 시절을 먼저 떠올리는 사람은 과거의 선행을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에 비해 기부금을 60% 적게 낸다고 한다. 한 연구는 참가자들에게 노숙인 쉼터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과 환경을 개선하는 일 중 어느 쪽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싶은지 선택하라고 했다. 그런데 특정 봉사활동에 실제로 참여하겠다고 서명한 것도 아닌데, 그저 선호하는 봉사활동을 생각만 했는데도 값비싼 청바지를 사고 싶은 욕구가 증가했다.

 

도덕적 허용 효과를 생각해보면 성직자나 정치인, 검사가 심각한 도덕적 잘못을 정당화하는 이유를 설명할 수 있다. 자신이 고결하다고 생각하거나 지위 때문에 자신의 미덕을 지속적으로 떠올리는 경우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충동의 사악함을 의심하지 않는 것이다. 스스로 훌륭한 사람이라고 느끼면서 유혹에 굴복한다. 

 

착한 일을 실제로 행하지 않았어도 상관없다. 그런 생각만 해도 충동에 굴복하는 마음이 우리에겐 생긴다. 결국 자신의 발자취를 ‘도덕적으로 올바른 일’이라고 되뇌는 사람은 반대로 나쁜 짓을 할 가능성이 그만큼 커진다고 할 수 있다. 

 

더 큰 위험은 전염성이다. 뻔뻔함이 고위 공직자를 뒤덮으면 공적 체제로 번져나가고 대중의 수준으로 확산되면 사회 전체가 변화하게 된다. 이미 2012년 8월 <뻔뻔해야 성공한다>는 제목의 자기계발서가 나왔다.

 

“뻔뻔함이 정의를 이긴다. 요령껏 속셈을 챙긴 자만이 혜택을 본다. 성공한 사람, 잘사는 사람들은 뻔뻔한 처세가다. 그대도 그들처럼 제 잇속을 챙기는 것이 최선책이다.”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588924.html(한겨레신문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