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photo diary

관점이 언행의 등대이다!

강호철 2020. 10. 15. 04:59

 

이른 아침.

 

작업을 할 것이 있어서, 자꾸만 감기는 눈을 풀고, 머리에 뿌엿게 낀 안개를 제거하고 싶어서 정수기에 컵을 올려 놓고, 뜨거운 물을 그득 내리는 동안 선반을 열어 커피를 꺼내고자 하였다.

 

이런 나의 시선이 선반 위에 개봉된 상태로 가지런히 놓여 있는 2개의 커피 상자와 조우하였다. 별생각 없이 나는 (바라보는) 우측의 상자에서 스틱 한개를 꺼내 컵에 부었다. 잠이 덜깬 상태였던 탓이리라. 스틱이 의외로 작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설마... 하는 마음 하에 뜨거운 물이 가득 차 있는 컵에 커피를 부었다.

 

 

연하게 퍼지며 올라오는 커피의 춤사위. 내가 커피를 좀 진하게 마시는 편이라... 혹시나 하는 맘에... 다시 선반을 열고 두 박스 안의 스틱을 차례로 꺼내 비교해보았다.

 

순간, '~'하고 웃음밖에 나오지 않았다. (바라보는) 왼쪽 박스의 스틱이 오른쪽 박스의 스틱보다 큰 것이 아닌가. 나는 분명히 '외쪽 박스의 스틱이 크다.'고 판단했는데, 어찌 이런 오판이 발생한 것일까.

 

상기 사진에서 각 박스 하단을 보면, 왼쪽 박스에는 '60stics'라고... 오른쪽 박스에는 '90stics'라고 표기되어져 있다.

 

 

아뿔싸~! 같은 부피의 스틱이 상하로 축적된 양으로 놓고 본다면야... 오른쪽 박스가 외쪽 박스 보다 상하 길이 대비해서 상대적으로 큰 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런데 나는 이 차이를 커피 스틱 길이의 차이로 잘못 인식 및 판단해버렸다. "(바라보는) 오른쪽 박스의 스틱이 외쪽 박스의 스틱보다 길어."라고... 순간적으로 "박스가 내가 생각하는 스틱의 길이 대비 너무 크지 않나."라는 의구심을 놓쳐버렸던 것이다.

 

나야 작은 스틱 하나를 더 꺼내 컵에 넣었기에... 진한 커피 맛을 느끼기에 아쉬움이 없었지만... 생각하면 할수록 당혹스럽다. 왜 상하의 길이 차이는 수직적으로만 발생한다고 단정짓고... 좌우의, 즉 수평적 길이 차이 존재에 대해서는... 상하 양의 차이가 수직적으로 존재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고려하지 못했을까. 내가 혹시 수직적 사고관이 상대적으로 강한 것일까.

 

 

우리는 '하늘이 높다, 나무가 작다 등'과 같이 수직적 관점의 개념을 사용한다. 반면에 같은 길이의 표현임에도 불구하고 '먼 거리, 멀지 않은 거리 등'과 같은 수평적 관점 또한 사용한다. 이 양자 관점의 표현을 하나는 옆으로 누이고, 또 다른 하나는 좌 또는 우로 세우면, 둘 다 똑 같은 모양(길이)인데 말이다.

 

이렇게 보면, 삶을 영위함에 있어, 관계를 형성함에 있어, 사람 등을 판단함에 있어, 수직적으로() 볼 것인가, 수평적으로() 볼 것인가 아니면 이 두 시각을 공히 고려할 것인가가 결국 '나의 언행의 등대이자 항해도가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