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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꾸자, 법을 : (1) 교육기본법

강호철 2020. 9. 22. 15:08

우리나라 「교육기본법」에서 12(학습자), 13(보호자)에 대해 간단히 살펴보자.

 

 

제12조(학습자)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담고 있다. 

 

학생을 포함한 학습자의 기본적 인권은 학교교육 또는 사회교육의 과정에서 존중되고 보호된다

교육내용ㆍ교육방법ㆍ교재 및 교육시설은 학습자의 인격을 존중하고 개성을 중시하여 학습자의 능력이 최대한으로 발휘될 수 있도록 마련되어야 한다.

학생은 학습자로서의 윤리의식을 확립하고, 학교의 규칙을 준수하여야 하며, 교원의 교육ㆍ연구활동을 방해하거나 학내의 질서를 문란하게 하여서는 아니 된다

 

본 규정 ①항의 '학교교육 또는 사회교육'이라는 표현은 '법정의무교육과정과 평생교육과정'을 지칭한다고 사료된다. ②항 내용에서는 특별히 살펴야 할 내용은 없다고 본다.

 

필자 입장에서 거부감이 드는 것이 바로 ③항이다. ③항은 '학생은 학습자로서의 윤리의식을 확립하고학교의 규칙을 준수하여야 하며교원의 교육ㆍ연구활동을 방해하거나 학내의 질서를 문란하게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어찌보면 당연한 내용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다.

 

이렇게 비틀어서 살펴보자. 학습자의 기본적 인권 보장을 과 항에서 규정하고 있기에당연히 학교의 규칙은 이와 같은 학습자의 인권 보장을 반영해서 마련되어져야 함이 원칙일 것이다그렇기 때문에 항에서 ‘~규칙을 준수 또는 ~방해하거나 질서를 문란하게 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표현은 부적합하다고 사료된다. ③항이 ①과 ②항을 구체적으로 떠받혀주고 있는 형국이 아니라 가로막는, 즉 ①과 ②항에서 보장하는 내용에 대한 맞대응 규정 같은 느낌을 주는 것이다.

 

필자의 생각이 잘 못된 것일까. 한 번 곰곰히 살펴보길 바란다.  

 

그런데 왜, 이와 같은 불필요한 표현이 본 법률에 그것도 하나의 규정안에 기술되어져 있는 것일까. 혹, 선 존재했던 학교 규칙’과 후 강조되고 있는 학습자 인권 보장’의 사상적 조화를 추구하지 못함으로써, 즉 기계적으로 법률 제개정을 시도하다보니 이와 같은 불편한 동거를 초래한 것은 아닐까.

 

 

다음으로는 제13조(보호자)이다. 본 조항에서는 다음과 같은 사항을 규정하고 있다.

 

부모 등 보호자는 보호하는 자녀 또는 아동이 바른 인성을 가지고 건강하게 성장하도록 교육할 권리와 책임을 가진다.

부모 등 보호자는 보호하는 자녀 또는 아동의 교육에 관하여 학교에 의견을 제시할 수 있으며, 학교는 그 의견을 존중하여야 한다.

 

먼저 ①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부모 등 보호자는 보호하는 자녀 또는 아동이 바른 인성을 가지고 건강하게 성장하도록 교육할 권리와 책임을 가진다.'는 문장을 다음과 같이 3가지 질문 하에 살펴보도록 하자.

 

질문 1 - ‘바른 인성이 무엇인가. 

질문 2 - 건강하게 성장은 어떤 모습일까. 

질문 3 - ‘건강하게 성장하도록 교육할 권리와 책임은 어떤 것일까. 

 

상기 3가지 질문 하에 ①항을 살펴보면, '부모 등 보호자는 보호하는 자녀 또는 아동이 바른 인성을 가지고 건강하게 성장하도록 교육할 권리와 책임을 가진다.'라는 표현을 ‘학교교육 또는 사회교육의 과정에서 학습자의 기본적 인권이 제대로 보장 및 구현될 수 있도록 보호자로서의 제 권리와 책임을 다해야 한다.’라는 형태로 규정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그 다음은 ②항의 '부모 등 보호자는 보호하는 자녀 또는 아동의 교육에 관하여 학교에 의견을 제시할 수 있으며, 학교는 그 의견을 존중하여야 한다.'는 내용이다.

 

본 규정에 대해 한 번 생각해보자. 

 

②항에 앞서 ①항에서 '학습자의 기본적 인권 보장'이라는 것에 촛점이 맞춰져 있지 않고 '부모 등 보호자는 보호하는 자녀 또는 아동이 바른 인성을 가지고 건강하게 성장하도록 교육할 권리와 책임을 가진다.'라는 형태로 오히려 제12조(학습자) ③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학생은 학습자로서의 윤리의식을 확립하고, 학교의 규칙을 준수하여야 하며, 교원의 교육ㆍ연구활동을 방해하거나 학내의 질서를 문란하게 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내용과 그 맥을 같이하고 있다고 생각되지 않는가.

 

만약, 이와 같은 생각 관점이 틀리지 않다면, 부모 등 보호자는 자녀를 위한다는 신념 하에 학교에 어떤 의견을 제시할까. 아마도 제13조③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교육할 권리와 책임’ 행사 측면에서 의견을 제시하지 않을까. 이는 곧 학습자의 기본적 인권 보장 및 구현과는 동떨어진 입장에서의 보호자의 의견 형성과 제시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학생인권조례 등을 시도별로 제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이전에 기존의 법률이 안고 있는 불합리성, 부적절성 등을 시급히 제/개정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사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