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CJ오쇼핑 “반품 잦은 블랙컨슈머, VIP로 모십니다”
CJ오쇼핑이 일명 ‘블랙컨슈머’를 ‘VIP’로 모시는 역발상 경영을 통해 재미를 보고 있다. 블랙컨슈머는 홈쇼핑 업계의 은어로 반품이 잦거나 불평 불만이 많은 고객들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홈쇼핑업계마다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따로 관리하는 기피 고객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CJ오쇼핑은 지난해부터 ‘현고이사(賢顧移社)’라는 독특한 이름의 고객 모임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현고이사란 ‘우공이산(愚公移山)’의 고사에서 따온 것으로 ‘현명(賢明)한 고객(顧客)이 회사(會社)를 움직인다’는 의미다.지난해 여름부터 시작한 현고이사 모임은 분기별로 운영해 현재 3기째다. 모임에 뽑힌 고객 중에는 반품 횟수만 200회에 달하는 고객이 있는가 하면 조목조목 제품 문제를 지적해 상담원을 ‘울린’ 고객도 있다. 그러나 이 고객들은 대부분 우수 고객이라 마냥 무시하기도 쉽지 않다. 200회 반품한 고객은 CJ오쇼핑에서만 거의 1000번이나 상품을 샀다.CJ오쇼핑 입장에서는 부담스럽고 힘든 고객들이라 블랙컨슈머로 치부해 버리면 쉽다. 그러나 회사 내부에서는 이들의 쓴소리를 귀찮고 껄끄럽다고 생각하지 말고 ‘한 번 귀 기울여 들어보자’며 현고이사 모임을 꾸렸다.
이해선 대표가 “ ‘많이 사지만 많이 화내는’ 고객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을 파악할 수 있다”며 이 제도를 도입한 것이다.CS추진팀 진원상 팀장은 “제안이나 불만 사항이 많은 고객 중에서도 제기하는 내용이 합리적이고 상품·서비스·방송 등 전 영역에 걸쳐 골고루 의견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현고이사 멤버들의 주문은 바로 제품이나 서비스에 반영됐다. 한 고객은 “속옷을 주문할 때 상·하의가 세트로 구성돼 입지도 않을 옷을 함께 사야 한다”고 지적하자 상·하의를 각각 고를 수 있게 자사 PB 속옷상품의 구성을 바꿨다. 대량 생산과 유통을 기본으로 하는 홈쇼핑의 특성상 납품업체의 구성을 조정하기는 어렵다는 판단에 일단 자사 상품부터 바꿔놓은 것이다.또 인터넷 CJ몰의 ‘쇼핑찜’에 사고 싶은 물건을 ‘찜’해 놓으면 한 달 후 저장된 데이터가 없어진다는 지적이 나오자 유효기간을 2년으로 연장했다. 기존 상품 질의응답(Q&A) 코너는 “먼저 구매한 다른 고객이 답변을 달아 주관적이다”라는 지적이 등장하자 회사 측은 상품 제조사가 직접 답변을 달도록 바꿨다. 상품 중 국산 프리미엄 반찬 브랜드 원재료에 ‘중국산 고추장’이 있어 구매욕이 떨어진다는 고객 의견은 상품 제조사에 전달돼 국산 고추장으로 대체됐다.현고이사 멤버들은 상품 평가나 구매 전 과정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는 ‘미스터리 샤퍼(Mystery Shopper)’의 역할도 한다. 또 CJ오쇼핑과 경쟁사의 방송을 비교하며 방송 중 느끼는 문제점을 파악해 전달하는 역할도 한다.
현고이사 멤버인 오혜영씨(41)는 “평소 홈쇼핑에서 물건을 많이 사지만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나 답답할 때도 많았다”면서 “회사 측이 불만을 적극 파악하려는 의지를 보여 마음이 누그러졌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최근 도요타 사례에서 보듯 평소 고객의 작은 목소리라도 소홀히 여기면 결국에는 그것이 쌓여 회사의 존립기반을 흔드는 대형 사건으로까지 발전할 수 있다”며 “홈쇼핑처럼 고객과 직접적인 대면 접촉 없이 판매활동을 펼치는 유통업체로서는 이런 ‘참소리’를 내는 고객과의 소통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경향신문 / 김주현 기자 amicus@kyunghyang.com
입력 : 2010-04-06 18:06:31ㅣ수정 : 2010-04-07 16:3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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