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공동체 조성을 위하여/건강한 지역사회

길거리 쓰레기통 설치를 통한 공동체문화의식 조성 필요

강호철 2018. 4. 13. 19:32

 

 

집 앞 공원을 가로질러 차에 다녀온다.

 

공원에 들어서자 눈에 들어오는 것이 이곳저곳 널브러져 있는 신문지들이다.

 

눈살이 찌푸려진다.

 

신문지들을 다 주울까? 내가 봐도 보기 좋지 않은데, 공원을 이용하는 다른 사람들도 같은 맘이 들지 않을까?”

 

쓰레기통이 있지 않을까하고 공원을 둘러보니 예전에 있었던 쓰레기통이 보이지 않는다.

 

그냥 지나친다.

 

이 신문지들을 다 주어서 집으로 가져봐야 좋은 소리 못 들을 것이야. 오히려 기분만 더 나빠질꺼야. 공원을 청소하는 분들이 있으니 청소하겠지.”라는 생각을 하며 나의 행동을 정당화시킨다.

 

생각해본다.

 

", 나는 이렇게 사고하고 행동하는 것일까. 이런 나의 사고와 행동이 정당화될 수 있는 것일까. 내가 원래 이런 모습의 소유자였나. 아니면 다른 어떤 원인이 나의 이런 사고와 행동을 유발하고 있는 것일까"

 

나는 길가에 버려진 쓰레기는 환경과 이웃 등을 생각해서 주어서 쓰레기 통에 버려야 한다.”고 배우며 성장해왔다. 그런데 이 배움의 내용이 지금 내가 맞닥뜨리고 있는 현실에서 실천불가능하다. 모든 길가와 공원 등에서 쓰레기통이 사라져버렸기 때문이다.

 

쓰레기를 주어서 호주머니에 집어넣던지 아니면 집으로 가져가던지 하지 않으면 어디 버릴 곳이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근처 슈퍼에 가서 버릴 것인가. 슈퍼의 쓰레기 통도 바깥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부에 비치되어져 있고 그 위치 또한 계산대 근처에 위치해있어 별의 별 욕을 감내해야 한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길가에 버려진 쓰레기가 하나 정도이고, 그 부피가 작다면 어쩌다 주머니 등에 쑤셔넣어서 집으로 가져갈 수 있겠지만한 번 길가의 쓰레기를 눈여겨보라. 그 양과 부피가 정말 만만치 않다.

 

그 결과 현대의 우리 인간은 길가에 널부러져 있는 쓰레기를 줍는다는 것이 엄두가 안 나는 것이다. , '길가의 쓰레기는 주어서는 안 되는 것'이라는 것을 사회적, 경험적으로 학습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마을과 도로의 쓰레기 통은 왜 없어진 것일까.

 

제주의 청정환경보호와 관광도시로서의 손색없는 도심환경 조성 차원 아닐까. 도로와 공원 등의 쓰레기통을 없애는 정책을 펼친 그 결과 우리가 살고 있는 마을은, 길가는 정말 깨끗해진 것일까. 아니면 쓰레기가 더 많아졌고, 도심환경과 자연환경 또한 더 나빠졌는가.

 

만약, 상기와 같은 의문에 대한 결론이 부정적이라면, 어떤 보이지 않는 원인이 작용하고 있는 것일까.

 

 

가정과 모든 업소에서는 쓰레기를 분리, 배출하고 있다. 이 쓰레기는 가정과 업소에서의 쓰레기일 뿐이다. , 고정화된 장소에서 일정한 형태로 배출되어지는 쓰레기인 것이다.

 

반면에 1회용 용품이 일상화되어져 있는 지금 우리 인간은 이동하면서 쓰레기를 배출하고 있다. 슈퍼에서 구입한 물건을 슈퍼라는 고정화된 공간에서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이동하면서 소비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런 이동 상에 발생할 수 있는 쓰레기에 대해 우리 인간은, 사회는 어떤 대처 방법을 강구하여 적용하고 있을까.

 

우리 인간은 이동상에서 발생하는 쓰레기를 ‘(1) 가방에 담거나 (2) 주머니에 넣거나 (3) 손에 들고 다니거나할 것이다. 이렇게 하고 싶지 않으면 쓰레기통을 활용해야 한다. (쓰레기를 손에 들고 도심을 활보하고 있는 나의 모습을, 쓰레기를 담고 있는 비닐봉지를 들고 다니고 있는 우리의 모습을 한 번 상상해 보라.)

 

그러나 길가에는 이미 쓰레기통이 철거되어진 상태이다. 마을 구역별로 비치된 쓰레기분리수거함은 요일별로 수거하는 쓰레기가 정해져 있고, 배출 시간이 정해져 있으며, 이와 같은 배출행위를 항시 CCTV를 통해 감시하고 있다. , 마을에 설치되어져 있는 쓰레기분리수거함은 인간 개개인이 이동하면서 발생시키는 쓰레기를 버리기에는 부적합한 시설물인 것이다.

 

 

그 결과 우리 인간은 길가에 자잘한 것으로부터 큰 것까지 슬쩍, 슬쩍 쓰레기를 버리고 있다. 아니 버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우리 모두는 '쓰레기를 길가에, 공원 등에 버려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렇지만 이 도덕적 관념 혹은 사회 규칙이 '나 자신은 깨끗한 상태를 유지하고 싶다.'라는 개인적 욕구인 나의 자유를 억제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의무가 선()이고 자유가 후()이기는 하지만, 이와 같은 법칙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의무 중시에 따른 자유의 가치가 명료하게 존재해야 하고, 그 가치로 인한 만족도가 상대적으로 높아야 한다. 그런데 인간 입장에서는 쓰레기를 길가에 버리는 것으로 인한 가치 훼손 대비 쓰레기를 내가 처리하고자 할 때의 불편, 불결 등의 제 문제를 상대적으로 높게 인식한다는 것이다. 한 순간의 타인의 시선을 무시하면, 그 시간보다 긴 시간의 불편 등을 해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길거리 쓰레기 통 철거를 제도적, 정책적으로 결정추진하고자 했을 때, 상기와 같은 인간의 욕구까지 통제 가능하다고 생각했다면 그것은 오판이었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인간은 동물적 존재로서 자연 속에서뿐만 아니라 문명 속에서 쓰레기 등과 같은 부산물을 생성해왔고, 이와 같은 생성 행위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길거리 쓰레기 통 철거'가 이 정도의 문제만 야기하고 있을까. 아니다.

 

마을과 거리에서 쓰레기 통 철거 후 현재까지의 제 과정과 결과를 놓고 보면

 

(1) 쓰레기를 버리는 행위를 조장해버렸고

(2) 마을과 거리가 쓰레기로 뒤 덮이게 만들어 버렸으며

(3) 버려진 쓰레기 앞에서 우리 인간이 덤덤히 스쳐지나가게 만들어버렸다.

 

달리 표현하면, ‘쓰레기통이라는 것을 없앤 조치가

 

(1) ‘함께 또는 더불어 사는 마을이라는 공동체 의식을 깨뜨려버리고 있고

(2) 나와 이웃 그리고 공동체를 위해 쓰레기를 줍고 버리는 희생 행위라는 도덕의식을 희박하게 만들어버리고 있으며

(3) 사회 안녕을 유지하기 위한 모든 조치는 계약을 통한 특정 인력을 투입해서 해결하면 그만이라는 자본주의적 사고의 만연을 조장하고 있고 (: 길거리 청소부 고용 등)

(4) 쓰레기 통 설치 및 관리에 따른 운영비용 대비 쓰레기 통 철거에 따른 대처 비용이 더 커지는 비효율적 예산 낭비 등이 발생하고 있다고 본다.

 

그래서 필자는 마을에, 길가에 쓰레기통을 재 설치하자!’고 제안한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쓰레기통 철거에 따른 유무형적 손해 대비 쓰레기통을 마을과 거리 등에 설치하는 것이 공동체 구현 차원에서 더 효율적이고 효과적이며 생산적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