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 (신경림)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가
저 바다 언제까지나
잠들어 있으리라 생각했으니.
얼마나 황홀한 일인가
저 파도 일제히 일어나
아우성치고 덤벼드는 것 보면.
얼마나 신바람나는 일인가
그 성난 물결 단번에
이 세상의 온갖 더러운 것
씻어내리리 생각하면.
* 평온해보이던 사람이 불같이 화를 내는 것을 보면,
게으른 사람이 열정적인 사람으로 변하는 것을 보면,
마음에서 지우지 못할 상처 또한 지워내는 것을 보면,
바다와 인간은 많이 닮았다.
파도의 말 (이해인)
울고 싶어도
못 우는 너를 위해
내가 대신 울어줄게
마음놓고 울어줄게
오랜 나날
네가 그토록
사랑하고 사랑받은
모든 기억들
행복했던 순간들
푸르게 푸르게
내가 대신 노래해줄게
일상이 메마르고
무디어질 땐
새로움의 포말로
무작정 달려올게
* 나의 눈에 아른거리는
나와 관계없는 타인의 언행에 의해
나는 웃기도 하고, 생각에 잠기기도 하며, 화도내고, 따라하기도 한다.
이처럼 바다와 나는 많이 닮았다.
바다 2 (채호기)
바다에 와서야
바다가 나를 보고 있음을 알았다.
하늘을 향해 열린 그
거대한 눈에 내 눈을 맞췄다.
눈을 보면 그
속을 알 수 있다고 했는데
바다는 읽을 수 없는
푸른 책이었다.
쉼없이 일렁이는
바다의 가슴에 엎드려
숨을 맞췄다.
바다를 떠나고 나서야
눈이
바다를 향해 열린 창임을 알았다.
* 우리 인간은 스스로 특별하다고 생각한다.
이 지구상의 타 생명체와는 전혀 다른 존재라고 우쭐대곤 한다.
그래놓고는 바다와 마주하고 앉아서
감정을 쏟아붓고
태도를 배우고자 하며
사상을 취하고자 한다.
그래서 바다와 인간인 나는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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