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photo diary

의자에 앉아 나를 바라본다.

강호철 2020. 4. 27. 10:02

 

파도 (신경림)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가

저 바다 언제까지나

잠들어 있으리라 생각했으니.

얼마나 황홀한 일인가

저 파도 일제히 일어나

아우성치고 덤벼드는 것 보면.

얼마나 신바람나는 일인가

그 성난 물결 단번에

이 세상의 온갖 더러운 것

씻어내리리 생각하면.

 

* 평온해보이던 사람이 불같이 화를 내는 것을 보면,

게으른 사람이 열정적인 사람으로 변하는 것을 보면,

마음에서 지우지 못할 상처 또한 지워내는 것을 보면,

바다와 인간은 많이 닮았다.  

 

 

파도의 말 (이해인)

 

울고 싶어도

못 우는 너를 위해

내가 대신 울어줄게

마음놓고 울어줄게

 

오랜 나날

네가 그토록

사랑하고 사랑받은

모든 기억들

행복했던 순간들

 

푸르게 푸르게

내가 대신 노래해줄게

 

일상이 메마르고

무디어질 땐

새로움의 포말로

무작정 달려올게

 

* 나의 눈에 아른거리는 

나와 관계없는 타인의 언행에 의해

나는 웃기도 하고, 생각에 잠기기도 하며, 화도내고, 따라하기도 한다.

이처럼 바다와 나는 많이 닮았다.

 

 

바다 2 (채호기)

 

바다에 와서야

바다가 나를 보고 있음을 알았다.

하늘을 향해 열린 그

거대한 눈에 내 눈을 맞췄다.

눈을 보면 그

속을 알 수 있다고 했는데

바다는 읽을 수 없는

푸른 책이었다.

쉼없이 일렁이는

바다의 가슴에 엎드려

숨을 맞췄다.

바다를 떠나고 나서야

눈이

바다를 향해 열린 창임을 알았다.

 

* 우리 인간은 스스로 특별하다고 생각한다.

이 지구상의 타 생명체와는 전혀 다른 존재라고 우쭐대곤 한다.

그래놓고는 바다와 마주하고 앉아서

감정을 쏟아붓고

태도를 배우고자 하며

사상을 취하고자 한다.

그래서 바다와 인간인 나는 닮았다. 

 

' > photo diary'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제주 올레 3A 코스 - 표선해수욕장을 향해 떠나다.  (0) 2020.05.02
Let's Go~!  (0) 2020.04.27
생명의 힘  (0) 2020.04.26
공존과 외톨이  (0) 2020.04.26
봄 속의 가을  (0) 2020.04.26